'응급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의료계 "개별 의료현장 고려하지 않아"
"응급실 미수용 없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중증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여러 응급실을 전전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지난 1일 통과했다. 하지만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술·시술 가능 여부와 전문인력, 배후진료 역량 등 의료기관의 실제 환자 수용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중증 응급환자 수용 의무를 강화했다는 이유에서다.
3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응급환자의 수용 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은 개정안은 중증 응급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돼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충분한 준비와 제도 보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이송·수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료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송 전 수용능력 확인 의무를 법률에서 빼서 지역별 이송지침으로 넘긴 채 수용기관을 지정하고 환자 수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장의 진료 여건과 맞지 않다"라며 "지역마다 다르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지침으론 법률로 의무화했을 때만큼 확인 절차가 일관되게 지켜지도록 보장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 모두에 지정 권한을 주면서 후속 대응에 대한 책임도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두 기관의 판단이 다르거나 지정된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누가 이를 조정하고 후속 대응을 책임질 것인지도 명확히 한다"라고 했다.
또 의협은 "중증응급환자의 수용 여부는 수술·시술 가능 여부와 전문인력, 배후진료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여건은 시시각각 달라진다"라며 "의료기관과 직접 소통하고 의료진의 판단을 바탕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한 이유로, 이 과정이 빠지면 환자는 전원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가 곧 제도 개선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의협은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정작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과 인력·재정 등 후속 조치가 따라가지 못해 현장이 혼선을 감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생들도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의 부담을 가장 먼저 지게 되는 곳이 마지막까지 환자를 받으려던 현장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 실제 역량을 넘어서는 수용 의무와 책임의 범위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응급진료를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현장의 부담이 다음 세대의 진로 선택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학생들은 교육과 수련 과정에서 접하는 선배 의료진의 근무환경과 현장의 지속가능성을 자신의 전공과 근무지 선택을 판단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선 의료진조차 부담으로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반복되면, 그 분야를 희망하던 학생들도 선택을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손연우 의대협 회장은 "의대생에게 생명을 살리는 진료와 지역의료에 기여하는 삶은 충분히 선택하고 싶은 미래가 될 수
있다"라며 "그 의향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애물부터 낮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부터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실 미수용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 응급실 미수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잘못된 방향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또 "현장 전문의 93%가 법안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부 찬성 의견을 근거로 마치 의료계가 합의한 것처럼 포장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시켰다"고 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응급의학 전문의 299명을 대상으로 '응급실 미수용방지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인 278명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전문의는 7명으로 전체의 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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