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니 2집 '마크 온 미' 리뷰
홀로 으르렁대던 고립 지나 '너'라는 미지의 중력권으로 걸어 들어가기까지
오늘 케이스포돔 첫 입성…아시아 투어 피날레
하이브 글로벌 9인 보이그룹 '앤팀(&TEAM)'의 열쇳말은 늘 K-팝의 영원한 영토인 '청춘'에 배당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청춘이 관습적인 소년 만화의 동어반복으로 전락하지 않았던 까닭은, 오래된 클리셰인 '늑대인간'의 서사를 가장 예리한 신체적 은유로 전유해 냈기 때문이다. 이전의 행보가 거친 밤을 가르며 본능을 일깨우고 상처투성이 살갗을 굳은살로 벼려내는 과정('퍼스트 하울링', '백 투 라이프')이었다면, 지난달 발매한 한국 미니 2집 '마크 온 미(Mark on Me)'에 이르러 이들의 서사는 다른 차원의 도약대를 마련한다.
이번 앨범의 방점은 '야성의 포효'가 아니라, '야성을 길들인다'는 역설적 선택에 찍힌다.
길들임이란 지배나 복종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타자라는 미지의 중력권 안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 자신의 궤도를 수정하는 일이며, 내 살을 할퀴던 공포를 내려놓고 상대의 박동에 호흡을 얹는 고된 조율의 노동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 사막여우가 일깨웠듯,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 흘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상대의 고유한 결을 제 영혼에 새겨 넣는 일이다. 앤팀은 스스로 고립을 택했던 늑대가 '너'라는 절대적 이해자를 만나 상처 위에 영원한 표식을 허락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란 결국 나를 비워 타자를 환대하는 '자발적 투항'임을 증명한다.
여섯 트랙으로 직조된 음반의 결은 이 '길들임의 파동'을 충실하게 따른다.
이어지는 트랙들은 야성이 길들여지는 과정의 복락(福樂)과 진폭을 다채롭게 변주한다.
'굿 보이(Good Boy)'는 조니 골드스타인의 묵직한 808 베이스 위에서 장난스러운 유쾌함과 거친 날것의 에너지를 능숙하게 교차시킨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빅히트 뮤직의 프로듀서들인 슈프림 보이(Supreme Boi), 히스 노이즈(Hiss noise), 신인류 K-팝 그룹 '코르티스' 그리고 래퍼 우탄 등도 힘을 보탠 이 곡은 상대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유순한 소년의 얼굴을 하면서도 등 뒤로는 야수의 긴장을 잃지 않는 트랙이다. 길들임이 결코 본능의 거세가 아닌 '사랑 안에서 온순해진 힘'임을 유쾌하게 환기한다.
반면 소마 겐다와 박문치가 빚어낸 '러브장'은 길들임의 본질인 '비환산성의 시간'을 아날로그의 질감으로 복원해 낸다. 1990년대 손글씨로 마음을 꾹꾹 눌러 담던 그 시절의 공책처럼, 따뜻한 신시사이저 선율은 한 사람의 마음에 가닿기 위해 들이는 지체와 정성의 가치를 환기한다. 효율과 속도로 점철된 납작한 세계에 건네는 앤팀만의 다정한 저항이다.
그리고 마침내 당도하는 '나이트 투 하울!(Night to howl!)'. 2000년대 팝 펑크의 질주감으로 내달리는 이 마지막 트랙은, 길들여진 늑대가 끝내 무리를 이루어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정화(카타르시스)의 하울링이다. 혼자만의 방어기제였던 늑대의 울음소리는 이제 연대와 환희의 합창으로 변모하며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청춘의 패턴은 언제나 반복된다. 그러나 그 인식의 무늬는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매번 새로워진다. 앤팀에게 있어 상처란 지워야 할 오점이 아니라, 타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각인(Mark)'이자 성장의 매개다.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그 위에 서로의 흔적을 새겨 넣는 일. 그리하여 혼자만의 맹렬한 야성을 타인과 숨을 맞추는 다성음악(폴리포니)으로 벼려내는 일.
3~4일 한국 첫 아레나(케이스포돔) 무대에 오르며 아시아 투어 '블레이즈 더 웨이(BLAZE THE WAY)' 피날레를 완성한 지금, 앤팀이 남긴 이 선명한 발톱 자국은 K-팝 신에서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흉터로 남을 것이다. 기꺼이 길들여짐으로써 마침내 자유로워진 아홉 늑대의 청춘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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