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대신 '38만 팔로워' 16세 독일 피아니스트 "BTS·블핑 협업 기대"

기사등록 2026/10/02 09:00:00

'38만 숏폼 트래픽' 무기로 128년 전통 레이블 DG 입성

바이마르 출신 유스투스 아이히혼, 9월 'The Source' 발매

"작곡가 의도대로 쳐야 한다는 고정관념 깨고 싶어"


[서울=뉴시스] 독일 바이마르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스투스 아이히혼(16). (사진=유니버설뮤직) 2026. 10. 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하는 음악, 걸어가는 여정을 함께 따라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팔로잉하는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서 38만명 팔로어를 거느린 피아니스트 유스투스 아이히혼(16)이 1일 영상 인터뷰를 통해 대중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독일 바이마르 출신 아이히혼은 인스타그램 30만명, 유튜브 4만명, 틱톡 8만8000명 등 각 SNS 플랫폼에서 총 8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교재인 '체르니 연습곡(Op. 740)'에 명상적인 분위기와 살롱 음악 느낌을 살려 왼손 리듬을 비튼 숏폼 영상을 선보였다. 이 영상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지난달 11일 클래식 명문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데뷔 앨범 'The Source'(근원)를 발매했다. 올해 창립 128년을 맞은 DG의 전통적인 데뷔 공식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조성진, 에릭 루 등)의 실황 앨범을 독점 발매하는 등 세계 최고 권위 콩쿠르의 철저한 음악적 검증을 거친 엘리트들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었다. 

반면 유스투스 아이히혼은 최고 권위의 국제 콩쿠르 입상 경력이 전무하며, 주니어 시절의 콩쿠르상 몇 개가 전부임에도 DG 데뷔 앨범을 발매하는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뉴시스] 독일 바이마르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스투스 아이히혼(16). (사진=유니버설뮤직) 2026. 10. 01. photo@newsis.com
이날 아이히혼은 "카메라 앞에서든 뒤에서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며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과 뒤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SNS에 공연장 밖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도 "창고나 들판, 기차 등 다양한 곳에서 연주를 했던 것은 일단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수이지만, 클래식을 안 듣는 사람들도 최대한 들을 수 있게끔 클래식의 정의를 넓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통 클래식의 불문율을 향해서도 당돌함을 나타냈다. 아이히혼은 클래식계의 가장 엄격한 규칙에 대해 "작곡가 의도대로 그대로 연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다"며 "모두가 작곡가가 작곡한 대로 그대로 연주를 해서 똑같은 소리가 난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독일 바이마르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스투스 아이히혼(16). (사진=유니버설뮤직) 2026. 10. 01. photo@newsis.com
이어 "결국 중심은 작곡가에게 있지만 곡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고, 연주하는 해석자가 나름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적 해석의 틀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데뷔 앨범 'The Source'의 트랙 목록 역시 정통 클래식의 묵직함보다는 숏폼 콘텐츠 소비와 스트리밍 생태계에 최적화된 기획을 보여준다. 바흐, 리스트 등 바이마르와 인연이 깊은 작곡가들의 곡과 자작곡을 담은 이유로는 "청중들에게 나의 시작, 토대, 기원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차원에서 앨범 제목(The Source)을 지었다"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출발한 사람인지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체르니 연습곡을 편곡한 것과 관련, "연습을 하다가 재미로 왼손 리듬을 바꿔봤는데, 재미있는 음악이 만들어지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훈련용 교재를 감각적으로 바꾼 과정을 전했다.

또한 자작곡 '사일런트 필즈(Silent Fields)'를 "바람이 휘날리는 옥수수밭을 연상하며 작곡했다"고 말해 크리에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일부 곡을 업라이트 피아노로 녹음한 파격에 대해서도 "그랜드 피아노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일부 작품은 업라이트 피아노만이 낼 수 있는 사운드가 있다"며 "새로운 사운드를 모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아이히혼 데뷔앨범 '더 소스(The Source)'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6세 피아니스트의 시선은 장르의 경계도 넘나든다. 아이히혼은 "평소 팝 음악이나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즐겨 듣는다"며 "한국 아티스트를 생각해 보면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들과의 다양한 협업도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디어일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10대 특유의 자유분방함 이면에는 클래식 음악 본질에 대한 단호한 시각도 존재한다. 음악계에 파고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그는 "가상의 연주자가 연주회에서 저를 감동시키려면 정말 훌륭한 컴퓨터 역량이어야 할 것"이라며 "AI나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는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만나고 싶은 과거의 거장으로는 주저 없이 모차르트를 꼽았다. 다만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바흐·리스트·베토벤' 세 명 중 한 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베토벤을 택했다.

그는 "베토벤은 어린 나이부터 매우 굳건한 의지와 혁명적인 개성을 보였던 인물"이라면서 "그가 좋아했던 헝가리 음식 굴라쉬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엉뚱한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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