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하락 전환에도 중저가·비강남권 중심 상승세 주도
주택 공급 부족·전월세난·대출 규제로 중저가 매수세 집중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세운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한 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단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다.
다만 기록적인 상승 행진과 달리 최근 시장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졌다.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은 하락세가 뚜렷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외곽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서울 집값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2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 0.13%보다 0.04%p(포인트)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6주 연속 상승했다. 종전 최장 기록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이어진 85주였다. 숫자만 보면 과거 상승장보다 오름세가 길어진 셈이다. 최근 86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약 17.6%로, 종전 기록 기간의 누적 상승률인 약 7.7%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전역이 함께 오르는 장세와는 거리가 있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지역과 가격 조정을 받는 지역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이번 주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강남권이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56% 떨어졌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0.33%, 0.19% 하락했다. 여기에 용산구까지 0.01% 내리면서 주요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약세가 강남3구를 넘어 한강벨트로 번지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구는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세제 개편 이후 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매물이 늘어난 데다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가격 조정 거래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중저가 지역은 여전히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서대문구가 이번 주 0.41%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대문구와 성북구도 각각 0.36% 올랐고, 노원구 0.34%, 강북구 0.31% 등도 0.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해 누적 상승률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성북구가 14.87%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서구 11.98%, 구로구 11.76%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5주 연속 줄어든 것도 이런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8월 다섯째 주 0.22%였던 서울 상승률은 이후 0.19%, 0.17%, 0.13%, 0.09%로 계속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난,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비강남권까지 매수세가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됐지만, 현 정부 들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실거주 의무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심화하면서 전세 대신 주택 매수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늘었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비강남권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또 대출 규제가 비강남권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넉넉한 15억원 이하 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 가격대의 매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구간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과 전월세 매물 부족으로 매수 전환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대출 규제로 중저가·비강남권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서울은 입주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매물까지 줄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나 월세로 계속 거주하기보다 자금 여력이 되는 수요자들이 아예 주택을 매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로 고가 주택을 매수하기는 어려워진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먼저 몰리고 있다"며 "강남권에 비해 가격이 낮은 비강남권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서울 전체의 중위가격과 평균가격을 끌어올리고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