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0만원이었는데…" 40년 지킨 이발소도 성수 떠났다[르포]

기사등록 2026/10/02 05:30:00 최종수정 2026/10/02 05:33:22

'핫플' 성수의 그늘…임대료 치솟자 떠나는 로컬 상인들

성수 임대료 1년 새 14% 증가…7~9% 강남·명동 웃돌아

팝업 넘어 플래그십으로…브랜드 몰리며 공실도 드물어

"300만원 내던 가게에 1000만원 요구"…상인들 한숨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포켓몬스터 팝업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뉴시스DB.2026.05.09.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주다영 인턴기자 = "19년 전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월세가 30만원이었어요. 지난해 100만원으로 올랐는데 이제는 180만원까지 달라고 합니다. 버틸 수가 없어서 자양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한 이발원 사장은 지난달에 가게를 내놨다. 성수에서만 40년간 이발소를 운영한 그는, 치솟은 임대료를 더는 감당하기 힘들어 가게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성수에서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이 하나둘 짐을 싸는 사이, 거리에는 새로운 브랜드 매장이 빠르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연무장길 일대에서는 기존 건물의 철거와 함께 리모델링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성수동 일대 한 건물 관리인은 "10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급속도로 변했다"며 "예전에 있던 식당들은 많이 나가고 젊은 사람들이 찾는 매장이나 기업 팝업으로 하루아침에 바뀐다"고 말했다.

성수동은 공장과 창고, 정비업체 등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대였다. 이후 공장 이전과 산업구조 변화로 비어 있던 공간에 젊은 예술가와 창업자, 사회적기업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낡은 공장과 붉은 벽돌 건물의 외관을 살린 카페와 편집숍, 갤러리·공방 등이 잇따라 자리 잡으면서 청년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성수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보다 82% 증가해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수 상권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도 같은 기간 175% 성장했다. 사람이 몰리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과거 개인 카페와 작업실이 중심이던 개성있는 상권은 이제 대형 브랜드가 앞다퉈 자리 잡는 대중적인 상권으로 변했다.

◆ 임대료 14%↑·공실률 3.4%…팝업 하루 3000만원 육박

성수의 높아진 인기는 임대료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성수 상권 임대료는 전년 동기보다 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9%), 명동(7%)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빈 점포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성수 상권 공실률은 3.4%로 명동 5%, 강남 6%대보다 낮았다.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10%였던 성수 임대료 상승률은 한 분기 만에 14%까지 확대됐다.

성수에 몰리는 기업 수요도 임대료를 밀어올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무신사와 올리브영 등 국내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패션·뷰티 업체들도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과거 팝업으로 성수에 발을 내디뎠던 브랜드들이 최근에는 상설 매장까지 내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연무장길 등 핵심 입지의 팝업 매장은 규모에 따라 하루 대관료가 2500만~3000만원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고 전한다. 짧은 기간 높은 대관료를 받을 수 있는 팝업이 늘면서 일반 상가 임대료의 눈높이까지 높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주다영 인턴기자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6.10.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마이너스 나도 들어와"…개인 F&B는 버티기 어려워

기업의 입점 경쟁이 이어지는 사이 현장에서는 개인 음식점과 카페부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수 지역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제 먹자 상권, F&B가 많이 밀려난다"며 "임대료가 계속 올라가는데 음식점은 객단가가 한정돼 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임대료가 그보다 빨리 오르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플래그십은 매장 자체의 수익률이 받쳐주지 않더라도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수 있다"며 "수익률을 1순위로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홍보 효과까지 감안하는 것이다. 매장에서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홍보로 대신할 수 있으니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2~3년 전에도 이미 임대료가 높아서 개인 자본으로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 전에 들어왔다가 나간 카페들도 권리금을 받고 빠진 경우가 많아 지금 성수에서 개인 영업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생활형 점포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제화거리의 한 잡화점 운영자 역시 "2~3년 사이에 주변이 다 바뀌었다"며 "예전에 있던 떡집이나 철물점 같은 로컬 가게들은 3~4년 전부터 빠져나갔다"고 했다.

이어 "권리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장사를 접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팝업 가격이 월세 기준으로…"300만원 내던 가게에 1000만원 요구"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팝업 시장에서 형성된 높은 대관료가 일반 상가 임대차 시장의 '가격 눈높이'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저쪽 건물은 팝업으로 몇천만원씩 받는데 우리도 정식 임대차에서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팝업이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임차인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월세를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월세 300만원을 내고 장사하는 사람에게 6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낸다"며 "그만큼 올려주든지 아니면 계약을 이어가지 않든지 선택하라는 식이 되면 개인 상인은 결국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수의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외부 투자자와 중개업체의 유입도 크게 늘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그는 "돈이 된다는 얘기가 나면서 다른 지역에 있던 부동산 업체들도 많이 들어왔다"며 "건물주에게 '지금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아주겠다'고 접근하면 건물주의 가격 눈높이 자체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와 지그재그 팝업스토어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2026.06.19. kims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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