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완전 폐지…기소·공소유지 중심
수사관 인력 대폭 축소…현장 혼란 우려도
법정 입증 책임 여전…수사기관 협조 필수적
[서울=뉴시스]박선정 오정우 기자 =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맡는 공소청으로 바뀐다. 수사 기능 폐지에 맞춰 인력을 대폭 줄였지만, 적체된 사건 처리와 수사 기관과의 업무 조율 등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일선에서는 출범 초기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공소청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본청(옛 대검찰청)에서 개청식을 열어 공식 출범한다. 간부들과 법무부 인사들만 참석해 비공개로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기존 검찰에 남아 있던 부패·경제범죄 등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서, 공소청 검사는 앞으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한다.
공소청은 줄어든 인력으로 새 업무 체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중수청 특례 임용과 사직, 법관 임용 등에 따른 결원을 반영해 공소청은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 수준으로 출범한다.
법무부는 이후에도 중수청 특례 임용으로 발생하는 결원과 통상 결원을 별도로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정 정원의 감축 규모는 외부기관의 업무분석 등을 거쳐 차후에 확정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관 인력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검사실과 검사직무대리실, 수사과, 조사과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2986명 중 68.6%에 해당하는 2048명이 감축됐다. 지난달 4일에 발표된 입법예고안에서 230명을 추가 감축한 결과다. 남은 938명은 형사법무직으로 전환해 송치 및 불송치 사건 검토에 필요한 실무를 맡는다.
수사 인력뿐 아니라 사무운영·전산·방호·운전·시설 등 일반직도 477명 줄면서 부서 간 인력 재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선청 사무국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검사실 수사관 일부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실 지원 인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사관 1명이 검사 여러 명의 업무를 맡는 방식도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검찰 조직도 업무에 맞춰 대거 재편됐다. 전국 검찰청에서 인지 사건 직접 수사를 수행하던 부서들은 중대범죄기소부로 통폐합됐다. 범죄정보기획관을 비롯해 검찰 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던 일선청의 수사과, 조사과도 모두 폐지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출범일에 맞춰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경찰과 중수청 등이 불송치한 사건을 점검하는 별도 부서도 생겼다. 지방공소청의 불송치심사부는 경찰 등의 불송치 결정이 적법하고 적정한지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로 보완수사까지 불가능해지면서, 일각에서 부실 수사와 사건 암장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러한 불송치심사 조직의 규모는 당초 법무부 계획보다 줄었다. 법무부는 전국에 관련 부서 19개를 설치하려 했으나, 직제 수정 과정에서 13개부로 축소됐다. 전담부서가 없는 청은 비직제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검사가 보완수사 등 증거 확보를 위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게 됐지만,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책임은 그대로 검사에게 있다. 이 때문에 공소청 체제 안착을 위해서는 수사기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송치 사건의 증거가 부족하면 검사가 추가 수사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수사 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기소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려면, 수사기관이 이러한 검사의 요구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수사기관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하도록 정했다.
법무부는 새 체제 아래에서 공소청의 공판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공판검사 1명이 재판부 2곳을 담당하며 주 4~5일 공판에 출석해 실질적인 재판 준비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형사부 등 검사실 정원을 공판부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1재판부-1공판검사'를 구현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인력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적체 사건까지 처리해야 해 공판 중심의 인력 재배치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검찰의 미제사건은 지난 8월 말 기준 16만4822건에 달한다. 검찰이 수사하던 기존 사건은 소관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하지만, 경과규정에 해당하는 일부 사건은 최대 90일간 공소청에서 수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출범 초기에는 남은 사건 처리와 사건 이관 준비에 인력이 상당수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소청의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 사건이 많이 적체된 상황이니까 이를 일정 부분 소화하면서 공판도 해야 한다"며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는 않고 점진적으로 인력이 바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지방공소청 소속 한 수사관은 "인력이 줄어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일과를 시작해봐야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며 "수사중지 사건이나 90일간 수사 가능한 사건을 어떻게 나눠 처리할지 논의 중이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아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화장실 갈 시간을 아껴가면서 일할 정도로 일이 많이 쌓여 있다"며 "여러 부서의 일도 바뀌는 상태여서 과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혼란 속에서 지난달 29일 인사를 단행했다. 검사장 승진을 최소화하고 기존 고검장 및 지검장을 광역·지방공소청장으로 대부분 유임시켰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지휘부 교체를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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