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 AI로 목소리 속 치매 조기 신호 탐지
말 내용·속도·머뭇거림 함께 분석…국제 벤치마크 90.14% 기록
인지 저하 그룹 말 느리고 더 오래 머뭇…0.5초 이상 멈춤서 차이 뚜렷
AI 안부전화 '클로바 케어콜'에 접목…보라매병원서 임상연구 진행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어르신,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건강 상태를 챙기던 인공지능(AI) 안부 전화가 진화하고 있다. AI가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말이 느려지거나 머뭇거리는 목소리 변화까지 함께 분석해 90%가 넘는 정확도로 치매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네이버는 이 같은 기술로 국제 치매 음성 벤치마크에서 기존 최고 기록을 넘어선 데 이어, 실제 AI 안부 전화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연구에도 나섰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음성 분야 국제 학회 '인터스피치 2026'에서 목소리를 활용해 치매 조기 신호를 탐지하는 연구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와 '어떻게 말하는지'를 동시에 살펴보는 것이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말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그… 왜 있잖아, 그거"처럼 돌려 말하거나 스스로 말을 고치는 일이 잦아지고 사용하는 어휘도 단조로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동시에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문장 사이의 머뭇거림도 길어진다.
실제 연구 데이터에서 인지 저하 그룹은 초당 약 2.9단어를 말해 정상 그룹(3.1단어)보다 느렸으며, 특히 '0.5초 이상 이어지는 멈춤'에서 두 그룹 간 격차가 가장 뚜렷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이 두 가지 신호를 한꺼번에 잡기 어려웠다. 음성을 글자로 바꾸면 머뭇거림이나 억양 같은 소리 정보가 사라진다. 반대로 소리에만 집중하면 어떤 단어를 쓰고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놓치기 쉽다.
◆'무슨 말'과 '어떻게 말했나' 함께 들었더니…정확도 90%
네이버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말의 내용과 음성 신호를 함께 분석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음성인식 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는 억양·리듬·머뭇거림 등의 정보를 별도로 추출했다. 동시에 음성을 글로 바꾼 뒤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어휘의 다양성과 문법, 이야기 흐름을 분석하도록 했다. 이후 각 사람에게 소리와 말 내용 가운데 어느 정보가 더 유용한지 AI가 판단해 최종 결과를 내는 구조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이러한 단서를 하나의 LLM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음성을 받아쓴 문장에 0.5초 이상 멈춘 부분을 별도로 표시하고 말하는 속도와 멈춘 횟수, 이야기 주제, 발음의 변화 등을 함께 입력하는 방식이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두 연구 모두 국제 치매 음성 평가 'ADReSSo'에서 90.14%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기존 세계 최고 기록인 87.32%를 가볍게 넘어섰다.
특히 첫 번째 연구에서 소리 정보만 사용했을 때는 정확도가 83%, 말의 내용만 분석했을 때는 76%에 그쳤다. 하지만 두 정보를 함께 활용하자 정확도가 90%까지 높아졌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구조가 전혀 다른 두 모델이 같은 점수에 도달했다는 것은 성능의 열쇠가 특정 모델 구조가 아니라 '무엇을'과 '어떻게'를 함께 읽어내는 데 있다는 의미"라며 "공개된 범용 AI 모델 위에서 방법론의 유효성을 입증한 만큼 어떤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걸려오는 AI 안부 전화… 병원 가기 전 이상 신호 잡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 연구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가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해 일상 대화에서 인지 이상 신호를 미리 알아채는 방식이다.
현장 검증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치매 디지털 솔루션 스타트업 이모코그와 함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전화로 인지검사를 수행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안부 전화만으로 치매를 단정짓는 단계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영어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앞으로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와 실제 대화 환경에서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의사의 진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찾기 전 이상 신호를 먼저 발견해 전문 의료진과 연결해 주는 보조적 역할을 목표로 한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매일 걸려오는 안부 전화가 병원 문턱을 넘기 전 이상 신호를 먼저 알아채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다국어 확장과 실제 대화 환경 검증을 거쳐 어르신과 가족이 조기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연구를 서비스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