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투자 1호로 엔시날 확정…알래스카는 '조건부 검토'
트럼프 발표엔 알래스카 정치인 대거 참석…추진 의지 드러내
산업부 "美 입장서 강조할 부분 강조한 것으로 보여"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과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이 아직 검토 단계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부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제1호 투자 사업으로 확정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사업을 대미투자의 핵심 사업으로 부각했다.
산업통상부는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등을 고려해 미국 측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알래스카 사업을 전략적으로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일 산업부가 공개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공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양국은 텍사스주 엔시날에 223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스타'를 제1호 전략투자 사업으로 추진한다.
미국 현지에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 체계인 '프로젝트 파워'도 추진한다.
반면 알래스카 LNG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는 아직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미 양국이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우리 정부도 알래스카 LNG에 대해서는 사업성을 확인한 뒤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추진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검토해 나가겠다"며 "추진되더라도 우리의 대미투자 금액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초 미국 측과 합의한 총 2000억 달러, 연 200억 달러 송금한도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측 발표에서는 알래스카 LNG가 전면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발표 자리에는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닉 베기치 공화당 하원의원 등 알래스카 지역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제1호 투자 사업으로 확정한 텍사스 엔시날 프로젝트는 미국 측 발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6472㎿(메가와트)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인접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23억 달러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2032년까지 전체 설비를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정부는 전력 수요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엔시날을 첫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미국이 확정 사업인 엔시날보다 아직 검토 단계인 알래스카 LNG를 상대적으로 부각한 데에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에서 선거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 경제와 일자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LNG 프로젝트를 성과로 부각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3가지 프로젝트 중 미국 입장에서 강조할 부분을 강조한 걸로 보인다"며 "정치적으로 중요한 곳이 어딘지에 대한 전략적인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측의 발표와 별개로 알래스카 LNG에 대한 한국 정부의 투자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인허가, 노동력 확보 등 사업 위험을 검토하고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따져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업이 추진될 경우 미국은 철강 등 관련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한편 한국에 알래스카 LNG 우선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가 실제 투자 사업으로 이어지더라도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전략투자 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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