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좋은 동맹·나쁜 동맹' 가르나…英·佛·발트 3국 회의 배제

기사등록 2026/10/01 11:38:04

회의에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6개국 초청

국방비 지출·이란전 불참 등 놓고 동맹국 압박

외교관들 "나토를 나누면 동맹 분열 우려"

[앙카라(튀르키예)=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담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2026.07.08.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폴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실무그룹 회의에 영국과 프랑스, 발트 3국 등 일부 주요 동맹국을 초청하지 않기로 하면서 동맹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정책에 협조적인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구분해 사실상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 명단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엘브리지 콜비가 주도하는 이번 회의는 나토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 회의로, 회의 계획에 정통한 외교관 6명이 관련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발트 3국 등 초청받지 못한 국가들은 나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국방비 지출도 상당한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회의에서 제외된 기준과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제외 동맹국 관계자는 "우리는 요구받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며 "기준이 무엇인지, 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고, 미 국방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 이란전 불참·국방비 지출 놓고 동맹국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집권 이후 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이란 전쟁 불참과 국방비 지출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특히 일부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라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트루스소셜에 나토를 두고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지만, 그들은 특히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며 미국이 동맹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갑자기 축소하면서 한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앞서 지난 4월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동맹국을 어떻게 압박하거나 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하면서 동맹국을 사실상 구분하는 명단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모범적인 동맹국'을 장려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콜비, 6개국 중심 ‘베르겐 그룹’ 회의 추진

콜비 정책 담당자는 지난 6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나토 회원국 가운데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폴란드·독일·네덜란드 등 6개국을 초청해 첫 회의를 열었다. 이후 유사한 회의가 두 차례 더 진행됐다.

이 형식은 '베르겐 그룹'으로 불린다. 초청국 가운데 한 국가의 외교관은 이 모임이 나토를 분열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동맹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동맹 전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동맹국들이 회의 초청에서 제외된 데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국방비 지출 목표를 이미 달성했거나 초과한 국가들도 제외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두고 덴마크와 합의에 도달할 경우 덴마크를 이 모임에 추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콜비는 지난 6월 첫 회의 이후 "이들은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지출 약속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기여할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실질적인 업무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는 나토 동맹국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소규모 그룹을 통한 논의가 "동맹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더 강력하고 더 지속 가능한 나토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비는 이전부터 나토 회원국 간 소규모 회담을 활용하는 데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독일을 군사 강국으로 재건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 배치 문제 등을 주요 과제로 다뤄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초청된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콜비를 비롯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왜 참석 국가를 선별하고 영국 등 유럽의 주요 방위 강국을 제외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관은 "만약 그들이 나토를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나누려 한다면 미국에게는 위험하지만, 유럽에는 존립 자체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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