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술기관, 모든 협력관계 즉시 재검토해야"
中 대사관 "근거 없는 억측이자 완전한 날조"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영국 국내 정보기관인 MI5가 영국 학계와 연구 협력을 해온 '중국일반기술연구원(中国通用技術研究院·CGTRI)' 관련 첩보 경보(Espionage Alert)를 발령했다. CGTRI는 중국 정보·보안기관인 국가안전부(MSS)와 강하게 연계된 단체로 영국 학자들이 참여한 연구가 MSS의 첩보활동을 위한 기술 역량 향상에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MI5는 이날 성명에서 "CGTRI의 주된 목적이 MSS의 첩보활동을 위한 기술 역량을 직접 향상시키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첩보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CGTRI는 인공지능(AI)과 사이버보안 등을 주제로 한 중국내 학술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다"며 "영국과 연계된 학자 100명 이상이 CGTRI를 통해 MSS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했다.
MI5는 "일부 사례에서는 학자들이 자신들이 참여하는 중국 측 연구 프로젝트에 CGTRI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경보는 영국 학술기관들에 CGTRI와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모든 협력관계를 즉시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며 "학자들에게 중국 기관과 연구 협력을 진행할 경우 CGTRI가 관여돼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자금의 최종 출처를 파악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MI5는 "CGTRI가 MSS와 매우 강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다"며 "학술기관과 교직원, 연구자들은 (외국의 국가 차원 첩보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2023년 국가안보법을 숙지해야 한다. CGTRI가 최종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를 계속 수행하는 기관이나 개인은 독립적인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BBC에 따르면 CGTRI가 지원한 연구 과제는 AI와 사이버 보안, 비밀 통신, 스테가노그래피 등이다. 영국과 연계된 학자 100명 이상이 과제에 참여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평범한 메시지나 물체 안에 비밀 메시지 또는 파일을 숨기는 기술이다.
MI5는 지난 6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함께 중국 군 정보기관이 전문직 네트워킹 사이트와 온라인 구인 플랫폼을 통해 표적을 물색하고 있다고 공동 경고한 바 있다.
영국을 특정해 내려진 경보는 이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경보 발령 이후에도 CGTRI와 연구 협력을 계속하는 영국 학자들은 향후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댄 자비스 영국 안보장관은 이번 경보로 중국 정보기관이 영국 학술 연구를 이용해 영국 국가안보를 훼손하려 한 시도가 드러났다면서 영국 모든 대학에 CGTRI와 관계 종료를 요구했다.
자비스 장관은 "이번 경보는 중국 정보기관이 우리 학자들의 전문지식과 연구로부터 은밀하게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폭로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국가안보와 동맹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140개 이상 고등교육기관을 대표하는 영국대학협회는 대학들은 연구 보안과 국가안보에 관한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MI5의 경보 발령에 반발했다.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영국 정보기관이 중국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이자 완전한 날조"라며 "영국 대학과 중국의 교류·협력은 늘 자발적으로 법과 규정을 지키며 이뤄져 왔다. 교류와 협력은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보 당국은 허위 주장을 유포하고 중국과 영국 간 교육 교류 및 연구 협력을 훼손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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