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FO가 숲에 나타났다…정아롱이 불러낸 ‘회화의 마법’

기사등록 2026/10/01 10:00:00
정아롱, Unicorn and UFOs in the Wood, 162×130cm, oil on linen, 20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깊은 숲에 흰 유니콘이 먹이를 찾고 있다. 나뭇가지 너머 검은 하늘에는 정체 모를 빛이 떠 있다. UFO다.

마녀와 숲의 정령, 신화 속 여신도 등장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슬쩍 무너진다.

서울 종로구 누크갤러리에서 정아롱 개인전 ‘노스텔지어 매지카(Nostalgia Magica)’를 열고 있다. 신화와 전설, 종교적 모티프와 오래된 상징을 끌어들여 현대 회화에서 사라져가는 ‘마술적 힘’을 다시 불러내는 전시다.

작가가 되돌아보는 것은 예술의 오래된 기원이다. 예술이 감상의 대상이기 이전에 인간과 세계, 초월적 존재를 이어주는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도구였던 시대다. 근대 이후 예술이 종교와 제의에서 분리되고 개념과 담론이 강조되면서 희미해진 그 힘을 회화 안에서 되살리려 한다.

화면에는 유니콘과 기사, 마녀, 숲의 정령, 아리아드네에서 UFO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존재들이 뒤섞인다. 작가는 이들을 자신의 내면을 여러 모습으로 투영한 ‘마음의 자화상’으로 바라본다. ‘사랑(love)’ ‘용서(forgive)’ ‘헌신(service)’ ‘항복(surrender)’ 같은 단어도 화면에 새긴다. 그림 속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일종의 주문처럼 작동한다.

그리는 방식도 오래된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아롱은 유화뿐 아니라 계란을 안료의 접착제로 사용하는 전통 회화 기법인 에그 템페라를 활용한다. 판 위에 린넨을 얹고 아교와 젯소로 바탕을 만든 뒤 색을 쌓는다. ‘자기연마’와 ‘사람 모양 만들기’에는 에그 템페라와 함께 24K 금박을 사용했다.

평면 밖으로도 나온다. 흙을 빚고 청화를 얹어 불에 굽는 도예 작업이다. 불과 재료가 개입하면서 작가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결과가 생긴다. 정아롱은 이를 실패나 우연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마술적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도예는 그에게 ‘회화적인 덩어리’이자 ‘회화의 토템’이다.
사람 모양 만들기 (Shaping a Human-Being) 20×15.5 cm, egg tempera and 24k gold leaf on linen on plywood, 2026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노스텔지어 매지카’의 노스텔지어는 과거의 양식을 향한 향수가 아니다. 이미지와 물질, 인간의 손과 믿음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의 예술을 향한 그리움에 가깝다.

정아롱은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3년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에 선정됐으며 2016년 ETRO 미술상 대상을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금호미술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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