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 2차 발표
규제·인허가 막힌 7.9조 기업 투자 지원방안 담겨
울산 전기차 공장 행정절차 병행…1년 내 완료 목표
반도체 전기·통신공사 통합발주…"공장 건설 속도"
2만㎡ 미만 영농형 태양광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제외
대기업 편중 지적에 정부 "모든 기업에 공통 적용"
울산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은 인허가와 영향평가 기간을 기존 3년 이상에서 1년 이내로 단축한다.
반도체 공장 증설 때는 분리 발주하던 전기·통신공사를 통합 발주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영농형 태양광은 사업계획 면적이 2만㎡ 미만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1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2차)'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발표한 1차 대책에 이어 녹색산업·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 애로를 해소하고 신산업 규제를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제단체와 업종별 단체, 주요 기업, 지방정부의 건의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지원 과제를 발굴했다.
◆울산 전기차 공장 인허가 3년→1년…청정수소 입찰시장 이달 개설
정부는 우선 첨단산업 분야 중에서도 여러 규제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던 이른바 '현장대기 프로젝트'가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는 이 현장대기 프로젝트 규모가 총 7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허가 단축과 규제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이행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현대자동차가 울산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전면 재건축하는 데 필요한 인허가와 각종 영향평가 기간을 기존 3년 이상에서 1년 이내로 단축한다.
공장 재건축을 위해서는 건축 사업계획 심의, 환경·교통·재해 등에 대한 영향평가, 건축·안전 관련 인허가 등의 행정절차가 필요하나, 올해 하반기 울산시와 현대차 간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통해 해당 절차들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절차가 생략되는 건 없다"면서 "사전 컨설팅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고,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PM)를 통해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 간 협의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중단했던 청정수소 발전사업자 선정을 이달 재개한다. 청정수소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15년간 고정가격으로 공급할 사업자를 모집하고, 내년 상반기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공급 물량은 연간 500GWh다.
지난해에는 석탄에 암모니아를 섞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정책 방향과 맞는지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모집 공고를 취소했다.
이후 사업자 선정이 중단되면서 기업들도 수소 생산·발전설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는 석탄과 암모니아를 함께 태우는 발전방식을 제외한다. 청정수소만 사용하거나 다른 연료에 청정수소를 섞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가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연료와 섞어 쓰는 경우에는 전체 연료가 내는 열량의 20% 이상을 청정수소가 차지해야 한다.
평가 기준도 바꾼다. 기존에는 가격 중심으로 평가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청정수소를 활용하는 사업이 주로 추진됐다. 앞으로는 국내 수소 생산과 관련 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비중 있게 평가한다.
무안 지역 내 국가산업단지 지정 절차에도 속도를 높인다. 지역 특성에 맞는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로, 광주 군공항의 무안 이전에 따라 지난 8월 후보지로 지정됐다.
정부는 신속 지정 절차(패스트트랙)를 적용해 인허가와 각종 영향평가에 걸리는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위한 위험물 안전관리 특례도 내년 마련한다. 제조 공정과 현장 여건을 살펴 기존 안전관리 기준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 등을 확인한 뒤, 기업 특성에 맞는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반도체 팹 전기·통신공사 통합발주…영농형 태양광 평가 기준 완화
정부는 내년부터 반도체 팹을 설치할 때 전기·통신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할 수 있도록 한다. 팹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기존처럼 따로 발주하거나 통합 발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전기·통신공사를 각각 발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 공사업체들이 직접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기업들은 공사를 따로 맡기다 보니 업체 간 일정 조율이나 신속한 보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건의해 왔다.
재경부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전기·통신뿐 아니라 가스 공급과 안전설비 등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공사 간 조율이 중요하다"며 "작은 차이도 설비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종합건설사가 전체 공사를 총괄하면 오류를 줄이고 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반도체 팹에 한해 통합 발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 팹 건설에 참여하던 전문성을 갖춘 중소·중견 공사업체들은 통합 발주 이후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기준도 완화한다.
현재 농림지역에서는 사업계획 면적이 7500㎡ 이상이면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은 2만㎡ 미만이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오는 12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영농형 태양광의 특성과 주민참여형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한 조치다.
◆현대차·하이닉스 투자 지원에 '대기업 편중' 지적…정부 "모든 기업에 공통 적용"
다만 이번 대책이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투자 애로 해소에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산업과 대규모 투자 사업이 주요 지원 대상인 만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이나 전통 제조업은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주요 지원 과제에는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공장 전환 사업이 포함됐고, 반도체 공장의 전기·통신공사 통합 발주 허용에는 SK하이닉스가 제기한 현장 애로가 반영됐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투자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개선하되, 바뀐 규제와 기준은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가령 반도체 공장의 전기·통신공사 통합 발주도 특정 기업에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기업 모두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인허가 기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투자가 추진되면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같은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해서만 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가 예정된 기업이나 산업의 애로를 풀어주고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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