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간판 내렸다…래커 테러 중식당 가보니[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10/01 08:03:00 최종수정 2026/10/01 08:14:47

상호 변경 항의 수십 차례…8년 쓴 ‘시진핑’ 결국 교체

中 용의자 4명 범행 당일 출국…경찰 국제사법공조 착수

[성남=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지난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식당 외부 간판이 ‘시진핑’에서 새 상호로 교체돼 있다. 식당 앞에는 영업 재개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성남=뉴시스]우은식 기자, 나지현 인턴기자 = 지난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식당. ‘시진핑’이라고 적혀 있던 외부 간판은 이미 새 간판(‘0향’)으로 교체돼 있었다.

가게 앞에는 사다리와 상자 등 작업 도구가 놓여 있었고, 작업자들은 유리창에 붙어 있던 기존 상호를 새 이름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중국인 남성 4명이 식당에 침입해 내부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 지 엿새 만이다.
[성남=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해당 식당의 외부 간판이 새 상호로 교체된 가운데, 건물 입점 업체 안내판(왼쪽)과 식당 내부 테이블에는 기존 상호인 ‘시진핑’이 남아 있다.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외부 간판은 이미 새것으로 바뀌었지만 식당 곳곳에서는 기존 상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입점 업체 안내판에는 여전히 '시진핑/중식당'이라고 적혀 있었고, 식당 내부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도 '시진핑'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었다.

가게 앞은 영업 재개를 응원하는 화환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이틀 전 영업을 재개한 식당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독특한 상호는 주변에서도 눈길을 끌어왔다. 인근 주민 A씨는 “주변에서 맛있다고 해서 알게 된 가게”라며 “아무래도 처음 들었을 때는 다들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성남=뉴시스]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식당 ‘시진핑’ 외벽에 검은색 래커가 칠해져 있고(왼쪽), 식당 내부에는 깨진 유리와 함께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식당 측은 ‘시진핑’이라는 상호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업주는 “시진핑이 중국 최고지도자니까 우리도 중식에서 최고가 되자는 의미로 정했다”며 “비슷한 이름의 중국집이 많은 만큼 손님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하다 지었다”고 말했다.

상호 변경을 요구하는 전화와 방문은 지난해 7월부터 수십 차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업주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하기로 하면서부터 (항의가) 시작됐다”며 “상호에 항의한 사람이 40~50명 정도 되는데 모두 다른 사람이라 신고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거의 한국인이었고 중국인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남=뉴시스]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식당에서 발생한 1차 피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간판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독자 제공)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해당 식당을 둘러싼 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식당 측에 따르면 지난 7월에도 남성 2명이 새벽 시간 식당을 찾아 간판을 검은색 페인트로 덧칠한 뒤 달아나는 일이 있었다.

뉴시스가 확보한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두 남성이 긴 막대를 이용해 식당 간판의 ‘시진핑’ 글자 위를 칠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비원이 신원을 물었지만 남성은 대답하지 않다가 중국어로 말을 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뉴시스] 지난달 24일 중식당 ‘시진핑’ 내부 폐쇄회로(CC)TV에 두 남성이 식당 내부를 돌아다니며 래커를 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식당 제공)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달여 뒤에는 식당 내부까지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중국인 남성 4명이 식당 뒷문으로 침입해 내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식당 내부에 래커와 페인트를 칠하고, 농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식재료 등에 뿌렸다.

업주는 “처음에는 홀에만 피해가 있는 줄 알았는데 뒤쪽으로 가보니 농약통이 남아 있었다”며 “페인트와 농약 냄새가 비슷해 처음에는 몰랐는데 통을 보고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선 7월 사건과 이번 사건 모두 가해자들이 범행 후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국 식당 측은 추가 피해 가능성을 우려해 8년간 사용했던 ‘시진핑’이라는 상호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외부 간판을 시작으로 메뉴판과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에 남아 있는 기존 상호도 순차적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성남=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지난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김건우 성남시의원이 중식당 ‘시진핑’ 인근 가게를 방문하고 있다. 2026.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오후에는 식당이 위치한 성남 분당갑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안 의원은 피해 업주와 대화를 나눈 뒤 “안타깝게 이름을 바꾸게 됐다”며 “간판 뿐 아니라 메뉴도 다 바꿔야 해서 손해가 엄청날 텐데 필요한 부분에 있어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범행 당일 중국으로 출국한 용의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국제사법공조 절차에 착수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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