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에 손댈 권한 없는데"…보이스피싱 배상책임에 통신업계 '반발'

기사등록 2026/09/30 15:25:30

"피싱 피해 배상 통신사도 분담해야" 주장에 통신업계 반박 "무과실 책임 과도"

"금융사는 자금 이체·출금 통제권 보유…통신사는 통로일 뿐 거래 개입 권한 없어"

영국은 금융사만 배상…싱가포르도 의무 위반 때만 통신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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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렌트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렌트카 업체나 도로관리기관에 피해금액까지 배상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발생 시 금융회사가 무과실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 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배상책임을 통신사와 분담해야 한다는 금융권의 주장에 대해 통신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거래에 직접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는 통신사에 무과실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한 책무 전가라는 지적이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에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범죄 예방 과정에 통신사와 수사기관 등이 공동 참여하는 만큼, 배상책임 역시 금융사에만 전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통신업계는 금융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금융사는 고객 자산 보호와 자금 흐름 통제, 거래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반면, 통신사는 전화·문자 등 통신 연결 서비스만 제공할 뿐 계좌 정보나 금융 거래 내역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통신은 경로일 뿐"…금융거래 개입 권한 없어

협회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발신번호 사전등록제, 국제전화 번호변작 차단, 악성 URL 차단,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범죄 이용회선 이용정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등 각종 기술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은 통신망 결함이 아닌 정보 전달 경로를 악용한 범죄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금전적 피해는 이체·인출 등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사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고객 자산 보호와 거래 안정성 확보 의무를 지고 있다. 자금 흐름을 통제하고 거래를 승인할 권한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가 이용자의 통화·문자 내용을 임의 감청·확인할 수 없는 만큼 사기 여부를 직접 판별하는 데 법적 한계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피싱 범죄에 활용된 스마트폰 제조사나 SNS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배상책임을 물어야 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 영국은 금융사만 배상…싱가포르는 '의무 위반' 때 통신사 책임

해외 주요국의 보이스피싱 배상 제도와 비교해도 통신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부과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영국이 2024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승인된 푸시결제(APP) 사기' 배상 제도의 경우, 배상책임은 오롯이 금융기관에 부과되며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피해액을 50 대 50으로 분담한다.

통신사가 배상에 참여하는 싱가포르 역시 국내에서 논의되는 무과실 배상책임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게 통신업계 주장이다.

싱가포르 공동책임제도(SRF)의 경우 금융사와 통신사가 정해진 예방 의무를 위반했을 때만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통신사가 인가된 SMS 사업자의 발신자 ID 문자만 전달하고 미인가 문자를 차단하는 등 규정된 의무를 모두 이행하면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히 싱가포르는 금융사가 예방 의무를 위반하면 통신사의 의무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사가 전액 배상하고, 금융사가 의무를 다했으나 통신사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만 통신사가 배상하는 순차적 '워터폴(Waterf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적용 대상 또한 일반 음성 통화가 아닌 특정 문자 피싱(스미싱)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KTOA는 "통신 비밀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한편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와 정부·금융권과의 범죄 예방 및 수사 협력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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