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시니어 바리스타가 건네는 한 잔의 청춘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10/01 07:00:00 최종수정 2026/10/01 07:10:25

월계청춘카페서 만난 시니어 바리스타들

80대에도 커피 내리며 손님 맞는 시니어들

"일하면서 살아 있다는 느낌…자부심도 생겨"

고령층 취업자·근로 희망 연령 모두 증가

전문가 "개인 역량 맞춘 일자리 발굴해야"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8일 월계1동의 '월계청춘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2026.09.2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주름진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백발의 바리스타. 나이가 무색하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놀림과 반짝이는 눈빛은 여느 젊은 직원들과 다름없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고령층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공공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복지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등 일터로 향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의 경험과 적성을 살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8일 매니저를 제외한 전 직원이 노인들로 구성된 서울시 노원구의 '월계청춘카페'를 찾았다. 이곳에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터에 나와 손님을 맞는 시니어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월계청춘카페’ 전경. 건물 외벽에 카페 이름이 적혀 있다.2026.09.28.

◆"느리지만 익숙하게"… 커피 내리는 시니어 바리스타들
월계청춘카페는 노원구가 지역 어르신들의 휴식과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문화·휴게공간이다. 카페 내부에는 휴게 쉼터와 공연무대, 북카페 등이 마련돼 있다. 요일별로 교양강좌와 문화공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카페에서는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직접 음료를 만들고 손님을 응대한다. 총 21명의 바리스타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하루 3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쳤다. 한쪽 주방에서는 두 명의 시니어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자 한 바리스타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웃었다. 곧바로 커피 머신 앞에 선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원두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동작은 젊은 바리스타보다 조금 느렸지만, 커피를 만드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자 따뜻한 우유를 부어 라테 위에 부드러운 거품을 올리고, 잔 위에 능숙한 솜씨로 무늬를 그려냈다. 그는 미소 띤 얼굴과 함께 정성스레 제조한 음료를 건넸다.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8일 찾은 서울시 노원구의 ‘월계청춘카페’ 내부 간판.2026.09.28.

◆"일하는 즐거움부터 자부심까지…다시 찾은 노년의 일터"
월계청춘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하는 80대 성모씨는 노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바리스타 일에 관심이 있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노년이 된 뒤에야 비로소 교육을 받으며 꿈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성씨는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좋고, 직접 만든 음료를 손님들이 맛있게 마실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은 손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성씨는 "손님들을 보다 여유 있게 응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성씨는 건강한 삶을 위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을 활발하게 만나면서 삶의 활기를 찾고 있다"며 "집에만 있기보다 밖에 나와 일하는 게 건강한 노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는 70대 김모씨는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지 7년이 됐다. 과거 백화점에서 서비스직으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손님 응대에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커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씨는 라테를 만들기 위해 스팀 기계를 처음 사용할 때 기계에서 나는 큰 소리조차 낯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배우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라테아트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쌓아 카페에서 ‘베테랑’으로 불린다.

김씨는 "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 좋다"며 "카페에서 머리도 쓰고 몸도 움직이다 보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아무것도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더 많은 노년층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월계청춘카페 내부 모습. 2026.009.28.

◆"여건이 되는 한까지 일하고 싶다"…일하는 노인들 늘었다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실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34만 5000명 늘었다.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로 나타났다.

희망 근로 연령은 73.6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장래 근로 희망자 비율은 69.2%에 달했다.

일을 계속하려는 이유도 다양하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하는 경우뿐 아니라 일하는 즐거움과 건강 유지,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생계를 넘어 사회적 관계와 자기계발, 건강 등을 위해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시니어 카페에 종종 방문하는 맹모(81)씨는 "노인들이 집에서만 지내면 점점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니어 바리스타처럼 정기적으로 일하는 노년층은 아직 소수"라며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직군도 다양해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일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송은옥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령층 노동자를 획일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며 "개인의 경력과 역량 등을 고려해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노동시장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일자리 공급을 넘어 기업의 인력 수요와 고령자의 역량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자를 단순한 복지나 사회공헌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실제 직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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