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지상드론 공급사 시설 방화…"정보기관이 사주"

기사등록 2026/09/30 14:05:39

8월 탈린 밀렘 로보틱스 시설 방화…실행자 체포·러 대사대리 초치

THeMIS 15대 우크라 운용·150대 이상 추가 공급 계획…크렘린은 부인

[자포리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제65 기계화여단이 제공한 사진에 13일(현지 시간) 자포리자에 있는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상 공격형 드론을 테스트하고 있다. 2025.03.1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에스토니아가 지난 8월 수도 탈린의 방산업체 밀렘 로보틱스 시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사주한 파괴공작으로 공식 규정했다. 러시아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2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국내보안국(KAPO)이 밀렘 시설 방화 사건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 정보기관이 지시한 계획적 행위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KAPO는 러시아가 공격을 “사주했다”며 이번 사건의 책임을 러시아에 직접 돌렸다.

에스토니아 외교부에 따르면 방화는 지난 8월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 발생했다. KAPO는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이번 공격의 수법이 유럽에서 벌어진 다른 파괴공작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밀렘 로보틱스는 군사용 로봇과 자율주행체계를 개발하는 에스토니아 방산업체다. 아랍에미리트(UAE) 방산기업 EDGE그룹이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궤도형 무인지상차량(UGV)인 THeMIS를 생산한다.

THeMIS는 병력 대신 위험지역에서 물자를 운반하거나 부상자를 후송하고 정찰·전투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른바 ‘지상드론’이다. 밀렘에 따르면 2025년 10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15대가 운용되고 있으며, 네덜란드가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150대 이상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밀렘 측은 브레이킹디펜스에 “우리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고 나토 회원국과 그 군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이것이 공격을 받은 이유인지는 수사에서 규명될 문제라고 밝혔다.

[자포리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제65 기계화여단이 제공한 사진에 13일(현지 시간) 자포리자에 있는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상 공격형 드론을 테스트하고 있다. 2025.03.14.
방화로 회사 운영이나 고객에 대한 차량 인도에 실질적인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밀렘 측은 밝혔다.

KAP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산업체, 특히 드론 기술 관련 기업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표적이 돼왔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러시아가 유럽을 위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스토니아가 국내 안보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오히려 늘리겠다고 밝혔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대사관의 임시대리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차흐크나 장관은 방화를 실행한 이들이 체포돼 더 이상 에스토니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관련 주장이 “근거가 없고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키이우=AP/뉴시스] 크리스텐 미할(오른쪽) 에스토니아 총리가 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방위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2024.12.10.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에스토니아가 러시아를 방화 사건의 배후로 공개 지목한 것을 지지했다. 그는 러시아가 적대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나토의 단결과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다우가스 신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총리는 러시아의 행동이 갈수록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도, 정보기관들이 현재 확보한 자료에는 러시아가 이 같은 하이브리드 공격을 넘어 유럽에서 더 큰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도발 가능성을 경고해온 일부 유럽 지도자들의 판단과는 온도차가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앞서 정보당국의 평가를 근거로 러시아가 수개월 안에 나토 영토를 겨냥해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회에서 경고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방화와 사이버공격 등을 포함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응 수단을 나토가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런 행동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더 많이 할 것이지 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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