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공식화한 美…전문가 "상업적 합리성 원칙 지켜야"

기사등록 2026/10/01 07:07:27 최종수정 2026/10/01 07:16:26

트럼프 "파이프라인 건설"…러트닉 "500억弗 이상 투자"

韓, 2000억弗 총액·연간 200억弗 투자한도 고수 원칙

전문가 "美 발표와 실제 투자 결정 구분해 대응해야"

[댈러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9.11.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1일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투자 여부와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규모까지 제시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개별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총 2000억 달러와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 한도를 지키겠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측 발표와 실제 투자 의사 결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2000억 달러 상한, 연간 200억 달러 투자 한도'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러트닉 장관과 함께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대미 투자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6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 시설, 8개의 새로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와, 드디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 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알래스카 LNG의 추진 의지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 해안까지 운송한 뒤 아시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표현했고 러트닉 장관은 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 규모까지 제시했다. 알래스카 LNG 투자가 사실상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밝힌 대미투자 프로젝트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계획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중 첫 번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확정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2호와 3호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투자액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향후 상업적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만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일본과 대만에 이어 우리나라도 투자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전략적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 역시 우리 정부가 세운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다.

미국 측은 당초 알래스카 LNG에 6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는 전체 대미 전략투자 한도 등을 고려해 규모를 낮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러트닉 장관이 이날 밝힌 규모는 '500억 달러 이상'으로 당초 제시액보다 낮아졌지만 정확한 투자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달 22일 "2000억 달러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 측의 제시 금액이) 줄어들어서 다시 (제안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미국의 요구에 맞춰 집행하더라도 개별 사업의 수익성과 위험성을 검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투자액을 송금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와 제조업·인프라 투자, 지역 일자리 창출을 상징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이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해달라는 요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참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세를 무기로 활용하는 등 정책적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실제 한국의 투자 의사 결정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석재 우석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원칙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지 말고 상업적 합리성을 앞세워 국내 승인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어 "5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은 중건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뒤통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주장을 투자자가 따라갈 필요도 없다. 미국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연간 투자 한도, 총액 한도를 원칙으로 미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참여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발표가 맞다 틀리다를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선정한 엔시날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면서 연간 투자한도를 소진하는 것도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참여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고, 국회 동의 등을 이유로 지연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09.22.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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