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서가 고금리 계좌로 예금 옮기면…美은행 '싼 돈줄 흔들릴까' 경계

기사등록 2026/09/30 10:20:00

메타 '뮤즈' 출시로 AI 이용한 예금 갈아타기 가능성 주목

소비자엔 금리 경쟁 호재…은행권·당국은 자금이탈·책임소재 경계

[서울=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열린 연례 기술·개발자 행사 '메타 커넥트 2026'에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와 대화할 수 있는 주머니 크기의 전용 기기 '뮤즈 참'을 소개했다. 2026.09.24. (사진=메타 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메타의 개인용 인공지능(AI) 비서 ‘뮤즈(Muse)’ 출시를 계기로 AI가 예금금리를 비교해 고객의 돈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사로 쉽게 옮기도록 도울 경우 미국 은행들이 낮은 비용으로 확보해온 예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뮤즈의 등장으로 AI 에이전트가 예금자의 금융회사 선택을 바꾸고 금융시스템에도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에 은행과 규제당국, 의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지시를 받아 여러 단계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AI 서비스다. 폴리티코가 주목한 것은 이런 AI가 금융계좌와 결합할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사를 찾아 예금을 옮기는 일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책임자에서 물러난 조너선 맥커넌은 이달 초 ‘뱅킹 위드 인터레스트’ 팟캐스트에서 은행들이 저축예금에 1%도 안 되는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부 비은행 금융회사는 4%가 넘는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커넌 전 책임자는 은행에는 대출 고객과의 관계와 신뢰, 다양한 서비스 등 금리 외의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이 예금을 다른 곳으로 옮길 때 겪는 번거로움 역시 은행 사업모델의 한 부분이었다며 새로운 기술이 이런 장벽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이런 마찰을 줄이면 예금자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사로 돈을 옮기기 쉬워진다.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이자를 받을 기회가 생기지만, 은행에는 예금 유출을 막기 위한 금리 경쟁이 커지고 저비용 자금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뉴시스] 이승주 기자 =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2026.01.13. heyjud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AI가 은행의 예금 기반을 크게 흔들 것이라는 전망에는 반론도 있다. 오픈AI에서 개인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이선 블로흐는 소비자들이 평생 모은 돈을 맡길 때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유명 금융회사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블로흐는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가 낮은 예금금리에도 막대한 예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도 고객들이 금리만 보고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이전트가 이런 점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전 하원의원이자 메릴랜드주 포브라이트은행 창업자인 존 딜레이니 회장은 AI가 은행의 변화를 압박할 것으로 봤다. 은행들이 예금자에게 낮은 금리를 주는 데 의존하기보다 더 나은 금리를 지급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 역시 AI를 일방적인 위협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AI가 고객의 자금 이동을 빠르게 해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고 고객을 유치하거나 붙잡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 방향이 정해지기 전에 섣불리 움직이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의회와 금융당국도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민주당 중진 빌 포스터 의원은 폴리티코에 AI 에이전트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의회가 휴회에 들어간 가운데 2026년 8월25일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이 보인다. 의원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2026.08.25.
포스터 의원은 지난주 은행 감독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의회가 입법을 검토할 수 있는 분야를 논의했으며, 에이전트형 AI가 금융산업에 가져올 문제가 주요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메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폴리티코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통화감독청(OCC)은 답변하지 않았다.

소매은행들을 회원사로 둔 소비자은행협회(CBA)는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AI 에이전트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쟁점으로 꼽았다. 공화당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도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감독당국 역시 그 속도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감독청장 대행을 지낸 마이클 쉬 비영리 기술 컨소시엄 ML커먼스 금융서비스 부문 공동의장은 규제당국이 우선 두 가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은행이 사용하는 AI가 정해진 권한과 작동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하고 실제로 그 범위를 지키는지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 사고 보고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쉬 전 대행은 사이버 사고 보고와 비슷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AI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같은 사고 조사기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 관련 사고가 훨씬 자주 일어나고 양상도 더 복잡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