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美 10년물 금리 상관관계 65%…1990년 최고치 66% 근접
고유가에 인플레·추가 금리 인상 우려…글로벌 채권시장 출렁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의 연동성이 1990년 제1차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하면서 유가가 글로벌 채권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생상품 거래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집계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상관관계는 이달 65%에 달했다. 이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걸프전 위기가 촉발된 1990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66%에 근접한 수준이다.
두 지표의 동조화가 심화한 것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 상황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해협은 평상시 전 세계 원유 수출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마이크 리델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펀드매니저는 "채권 투자자들은 통상 각국 경제지표와 중앙은행 발표를 세밀하게 분석하지만, 지난 3~6개월 동안 우리는 사실상 원유 트레이더였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전쟁 기간 휴전 협상 전망에 따라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100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급등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견조한 미국 경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올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TS롬바드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0.02%p(포인트) 상승하는 관계가 나타났다. 이날 국제유가는 장중 최대 4.5% 올랐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최대 0.09%p 상승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160% 급등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달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스 가격 상승을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당초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피터 샤프릭 RBC캐피털마켓츠 글로벌 거시경제 전략가는 "올해 단기 국채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바뀌었다"며 에너지 가격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향방이 불투명한 만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란이 제안한 새로운 7일간의 휴전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등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이란 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유가에 대한 기본 전망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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