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력 약화…중동 원유 수출 80% 회복

기사등록 2026/09/29 13:21:15 최종수정 2026/09/29 14:32:23

미 해군·걸프국 대응 강화로 유조선 운항 회복

석유 지렛대 약화된 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

이란 비축 원유도 10월 중순께 소진 가능성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지난 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닻을 내린 상선들 사이로 모터보트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2026.09.15.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을 차단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해군과 걸프만 산유국들이 해협 통과와 우회 수송을 가능하게 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면서다. 이에 따라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진 이란이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은 이달 들어 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회복됐다. 석유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의 호르무즈 해협 및 우회 항로를 통한 수출량은 하루 약 1300만 배럴에 달해 전쟁 이전 수준의 약 80%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도 9월 중동 산유국들의 수출량을 하루 1280만 배럴로 집계했다.

미 해군의 호위와 기뢰 제거, 걸프 국가들의 대체 송유관 및 선박 간 환적 등이 석유 흐름 회복에 기여했다. 다만 우회 수송은 비용과 위험이 크고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7월 해상 봉쇄를 재개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에 사실상 제약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해 의미 있는 규모의 원유를 수출하지 못한 기간이 7주를 넘어섰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이란이 해협을 통해 세계 에너지 공급을 압박하는 전략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협상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이란의 호르무즈 접근 방식이 점점 효용을 잃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테헤란으로 하여금 더 큰 충돌을 일으키려는 선택을 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의 석유 수출이 계속 막힐 경우 경제적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케이플러는 이란이 봉쇄 밖에 비축해 둔 원유 물량이 10월 초중순께 소진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향후 2주 안에 미국은 중국에 마지막 원유 공급을 완료할 것이고, 그 후에는 중국에 남은 원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석유 수입 감소와 수출로 확보할 수 있는 외화 부족에 직면할수록 군사적 수단을 다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걸프 지역의 항만·정유시설·송유관 등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미 지역 내 무장세력을 활용해 전쟁의 범위를 넓혀왔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선박을 위협해왔으며, 최근에는 이라크에서 출발한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런 우회 수송로 역시 이란과 연계된 세력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걸프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과 UAE의 푸자이라항 연결 송유관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송유관이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일부 원유 수송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게 되는 등 대체 경로의 한계도 드러났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선박 공격은 다소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협을 둘러싼 위험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되거나 이란이 경제적 압박을 더 크게 받으면 선박 공격이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란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를 7일간 해제하는 조건의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들'을 언급했다. 이는 이란이 여전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미국과 동맹국을 압박하는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채텀하우스 역시 이란이 전쟁 이후 호르무즈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제도화하려 할 가능성을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다시 커질 경우 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동 원유 수출이 회복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일부 완화됐지만, 우회 수송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9월 들어 3주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란의 공격 재개 여부가 향후 유가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영국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지정학 책임자인 리처드 브론즈는 "이란 지도부가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분쟁을 확대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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