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축산 지역 등 강력 반발
"국민 1인당 5천$", 조용히 사장된 듯
"경유 금수 검토"…'휘발유 폭등' 지적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반기를 평가하는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핵심 전선인 물가 문제를 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책들이 대체로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 시간) '사방에서 저항에 부딪히는 트럼프 소비자 대책' 제하의 기사에서 "유권자 최대 관심사인 물가 인하를 위한 백악관의 시도는 지금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향후 90일간 다진 쇠고기 최대 30만 톤에 대해 '쿼터 초과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기 행정부 출범 후 약 25% 상승한 것으로 알려진 쇠고기 가격을 억제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축산 농가 저항에 부딪혔다. 공화당에서도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피트 리켓츠(네브래스카), 로저 마셜(캔자스) 상원의원 등 농축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개 반발이 나왔다.
WP는 "이들은 미국 농민과 목축업자들이 이미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연료·곡물·비료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값싼 외국산 쇠고기가 대량 유입되면 더욱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쇠고기 관세 면제 조치를 다시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난 9~1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중간선거 상·하원 승리시 모든 성인 국민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초유의 현금 지원 공약을 내놨다.
자신이 추진한 관세 정책으로 21조 달러(2경8500조여원)의 추가 수입이 생겼으며, 이를 '트럼프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분배해 구매력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성인 약 2억6000만명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면 재정 1조3000억 달러(1765조여원)가 풀리게 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3회에 걸쳐 지급된 지원금 총액을 상회하는 액수로 물가 추가 폭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결국 공화당의 상·하원 승리 전망과 무관하게, '트럼프 배당금' 구상은 사실상 자연스럽게 사장됐다는 것이 주요 언론 관측이다. WP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유권자들도 대체로 설득되지 않았으며, 의회에서 지금까지 유의미한 관심을 보였다는 징후는 없다"고 짚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CBS에 따르면 그는 28일 기자들을 만나 "경유 수출 금지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 장기화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 수출까지 경색되는 등 유가 위기가 잦아들지 않자, 경유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일단 국내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판단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은 일 평균 정제유 150만 배럴을 순수출하는데, 이것을 국내 공급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유 수출 금지 장기화시 휘발윳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수출을 막을 경우 단기적으로 경윳값은 내릴 수 있지만, 업계가 정유량 자체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는 휘발유가 오른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금수 장기화시 1주일에 갤런당 30센트씩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 문제 해결이 시급한 일부 경합지의 공화당 후보는 경유 수출 금지 구상을 지지했으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은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 장관은 "디젤 수출 제한이 시행되더라도, 강제 금지보다는 자발적 통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WP는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물가 대책을 쏟아내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2022년 중간선거 직전 연방 휘발유세를 한시 면제하고 전략 비축유 수백만 배럴을 방출하며 정권 책임론 불식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쿠시 데사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비용을 낮추고 실질임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며, 행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가용 방안을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일련의 물가 대책은 실현 가능성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전문가들은 그가 유권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공화당의 의회 장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레베카 패터슨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미국 경제는 워낙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누구도 한 달 안에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정부가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평가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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