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지급액 20만원은 그대로…"현실화 필요해"[낮아진 양육비 문턱②]

기사등록 2026/09/29 07:01:00

한부모 71.3% 양육비 한 번도 못 받아…1명 키우는 데 58만원

지난해 선지급제 도입 후 대상 확대…지급액은 월 20만원 '고정'

독일·스웨덴은 연령 차등 핀란드는 물가 연동…"현실 고려해야"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7월 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인천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유아용 카시트를 살펴보고 있다.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2026.07.0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염지윤 수습 기자 = 양육비 선지급제의 소득기준이 다음 달 전면 폐지되면서 지원 대상은 넓어지지만, 자녀 1명당 월 최대 20만원인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실제 한부모가 미성년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직접 지출하는 비용이 월평균 58만원을 웃도는 만큼, 제도 확대에 맞춰 지급 수준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성평등가족부 등에 따르면 양육비 선지급제는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한 미성년 자녀에게 국가가 자녀 1명당 월 최대 20만원을 먼저 지급하는 제도다.

10월 29일부터 기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였던 소득기준은 폐지된다. 앞으로는 소득과 관계없이 양육비 채권 보유와 미지급 등 나머지 요건을 충족하면 미성년 자녀 1명당 월 최대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아이 키우는 데 58만원…돌봄에 안정적 일자리도 '그림의 떡'

월 20만원인 선지급액과 실제 양육비 부담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성평등부(당시 여성가족부)가 지난 2024년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 미성년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직접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58만2500원이었다. 주거비와 식비 등 가족 공통지출은 제외한 금액으로, 선지급액 20만원의 약 3배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비용도 늘었다. 미취학 자녀는 월평균 46만1000원, 초등학생은 50만5000원, 중·고등학생은 66만1000원을 지출했다. 반면 선지급액은 자녀 연령과 관계없이 월 최대 20만원으로 동일하다.

둘째 임신 중 이혼한 뒤 양육비를 한 차례도 못 받은 채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A(30)씨도 이 같은 간극을 체감하고 있다. A씨는 현재 두 자녀 몫으로 월 40만원을 선지급받고 있다.

A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 두 명을 키워야 하는데 40만원 가지고 뭘 먹고 사느냐"며 "금액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양육비 부담은 생계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홀로 돌봄과 일을 병행해야 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 역시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 직장에 들어가는 대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직접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어느 회사가 아이들 픽업하는 시간에 맞춰주겠느냐"며 "배달은 시간이 자유로우니까 그나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 실태조사에서도 한부모의 83.9%가 일을 하고 있었지만 평균 근로소득은 월 244만4000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 312만8000원보다 약 68만원 적었다. 임시·일용근로자 비율도 30.8%로 전체 취업자 19.9%보다 높았다.

미취학 자녀를 둔 한부모의 66.7%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어려움', 63.9%는 '자녀 돌봄 시간 부족'을 호소했다. 양육비·교육비 부담을 어려움으로 꼽은 비율은 78.0%였다.

돌봄 부담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진입이 어려워지고, 낮은 소득이 다시 양육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가구소득 역시 294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처분가능소득의 60.3% 수준에 그쳤다.

네 자녀를 홀로 키우는 B(42)씨도 선지급제 시행 이후 한때 자녀 4명에 대해 월 80만원을 받았지만 실제 양육비 부담은 훨씬 컸다고 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자녀가 고3이었던 데다 아이가 아프면서 치료비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B씨는 "한 명당 20만원씩 주는 것도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다"라며 "교육비와 의료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난 2023년 4월 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2023.04.04. leeyj2578@newsis.com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 자체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도 여전히 많다.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의 71.3%는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73.1%, 2021년 72.1%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10명 중 7명꼴이다.

정부는 선지급제 지원 문턱을 낮추지만, 지급액은 월 20만원인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2027년도 성평등부 예산안에서 '양육비 이행 확보 지원' 예산은 올해 461억7800만원에서 내년 484억200만원으로 22억2400만원 늘었다. 하지만 선지급액은 자녀 1명당 월 20만원으로 그대로다.

◆독일·스웨덴은 나이 따라 차등 지급…핀란드는 물가 연동

해외에서는 자녀 연령이나 물가 변동을 선지급액에 반영하는 사례도 있다.

독일은 자녀가 5세 이하일 경우 월 227유로(약 35만원), 6~11세는 299유로(약 46만원), 12~17세는 394유로(약 61만원)를 지급한다.

스웨덴 역시 연령에 따라 월 1673~2223크로나(약 23만~30만원)를 차등 지급한다.

핀란드는 올해 전액 기준 자녀 1명당 월 197.71유로(약 31만원)를 지급하며, 생활비지수 변동에 따라 매년 지급액을 조정한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만원에 아동수당 등 국가가 여러 형태로 지원하는 돈까지 합산해서 봐야 한다"면서도 "사실 그 돈을 다 합해도 요즘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돈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교육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전 교수는 "외국에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을 지급하는 곳이 있어 액수만 놓고 보면 아주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나라에서 아동 교육 등에 국가가 얼마나 지출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학원비가 많이 드는데 월 20만원이면 학원비만 내도 다 들어가는 만큼 현실에서는 적은 금액이 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도 "20만원은 사실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평가했다.

허 연구관은 "해외에는 정액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받기로 한 양육비 가운데 지급되지 않은 금액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방식도 있다"며 "양육부모가 실제로 받지 못한 금액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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