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해상 봉쇄에 카스피해로 돌파구 모색…물류난은 변수

기사등록 2026/09/28 11:48:24 최종수정 2026/09/28 12:20:24

카스피해 북부 항구 물량 50% 급증…수입 우회

수위 저하·항만 한계에 러시아 제재도 변수

[반다르 안잘리=AP/뉴시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한 여성이 카스피해 해안을 걷는 모습. 2026.05.10.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 남부 항구를 통한 무역이 사실상 막히면서 이란이 카스피해와 육상 국경을 활용한 대체 무역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카스피해의 수위 저하와 항만 처리 능력 부족, 국경 혼잡에 더해 러시아 의존도 심화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란 남부 항구의 역할이 크게 제한되면서 북부 항구를 통한 물자 반입이 늘고 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전쟁 이전 전체 필수품 운송에서 북부 항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였지만 현재는 30%까지 높아졌다. 특히 보리와 옥수수, 밀, 유지종자 등 식량과 같은 필수품이 북부 항구를 통한 우선 수입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달 이란 항만해양기구 관계자는 이란의 전체 항만 처리 능력이 연간 3억톤에 달하지만, 카스피해와 연결된 북부 항만의 처리 능력은 3000만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카스피해 북부 항구 가운데 안잘리와 아미라바드, 노우샤르 등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물량도 증가했다. 이란 북부 길란주 당국은 지난 8월 22일로 끝나는 이란력 5개월 동안 카스피해 항구의 컨테이너 도착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고 밝혔다.

북부 항구는 테헤란과 이스파한, 아라크 등 주요 도시와 남부 항구보다 가깝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입품을 소비지까지 운송하는 육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스피해를 통한 무역 확대에는 물류 문제가 걸림돌이다.

세계 최대 내륙해인 카스피해는 이란과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선박 운항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카스피해 수위는 1990년대 이후 약 2m 낮아졌다. 이란 당국자는 최근 2~3년 동안에도 수위가 매년 20㎝ 이상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해운협회에 따르면 과거 이란 북부 항구에는 최대 6000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4000톤급 선박만 이용할 수 있다. 러시아 볼가강을 통해 카스피해로 진입하는 선박이 수위 저하로 고립돼 선원들이 며칠에서 몇 주씩 구조를 기다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선박의 운송 능력에서도 남부 항구와 큰 차이가 난다. 이란 항만해양기구 관계자는 남부 항구에서 선박 한 척이 운송할 수 있는 물량이 카스피해를 운항하는 선박 20척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카스피해뿐 아니라 육상 국경과 철도망을 활용해 남부 항구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의 노르두즈 국경 검문소에는 이란 입국을 기다리는 트럭이 최대 1800대까지 몰리고 있으며, 일부 국경 터미널에서는 대기 기간이 10~15일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한된 터미널과 세관 절차, 도로 인프라, 건설 공사 등이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철도망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카스피해의 악타우로 화물을 운송한 뒤 선박으로 이란 북부 항구에 들여오는 경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 이란은 러시아와 함께 라슈트-아스타라 철도의 미완성 구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러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남북 운송 회랑의 서부 철도망이 완성된다.

다만 북쪽으로 무역 경로를 돌리는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 이란 모두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카스피해와 러시아 인프라를 이용한 무역 역시 추가적인 제재와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단기간에 카스피해를 남부 항구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란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광물연료, 철광석 등 중량이 큰 상품은 대부분 남부 항구를 통해 수출되고 있으며, 북부 항구는 이를 처리할 인프라와 선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스피해를 통한 무역 확대는 남부 항구의 완전한 대체라기보다 전쟁과 해상 봉쇄로 발생한 물류 차질을 일부 완화하기 위한 우회로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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