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강대국들 유엔 우회·무시…영향력 약화"
이란·우크라·AI 등 핵심 현안서 한계…美中 직접 협상 중요성 커져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세계 정상들이 집결한 유엔총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가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영향력 약화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분석하며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했지만, 세계의 관심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합의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이란·우크라이나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유엔총회만큼 중요한 외교 무대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도 뉴욕 유엔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은 점이 유엔의 위상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는 유엔총회에도 참석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로마 주재 유엔기구 미국대사를 지낸 제프리 프레스콧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의 이번 불참에 대해 "유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충격적이기 어려울 정도"라며 "현재 유엔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뿐 아니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일부 주요 정상도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NYT는 유엔이 최근 주요 국제 현안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대립으로 이란과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 주요 분쟁에서 실질적인 대응이 잇따라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란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경제·정치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AI 문제에서도 비슷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했지만 미국은 국제적인 AI 규제에 부정적이고, 중국도 AI 개발을 대폭 제한하는 방안에는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위험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국제 규범을 마련하려면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군축 협상과 유사한 미중 간 직접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과 AI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련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의 유엔총회 불참이 단순히 유엔의 위상 약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백악관 방문에 무게를 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국제 규범이 약화하고 강대국들이 유엔을 우회해 주요 현안을 직접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유엔이 국제사회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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