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2020~2025년 사업체노동력조사…사업체 규모별 분석
5인 미만 월 10시간↓·300인 이상 4.5시간↓…격차 5.5시간 확대
"초단시간 증가 영향도"…'주15시간' 문턱에 근로자 보호 공백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최근 근로시간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영세사업장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가 36%가량 증가한 만큼, 영세사업장의 근로시간 감소에 단시간 노동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뉴시스가 2020~2025년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160.6시간에서 지난해 153.8시간으로 6.8시간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보고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실제 근로시간도 2022년 1904시간에서 2023년 1874시간, 2024년 1859시간, 지난해 1846시간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5인 미만 사업장, 5년새 10시간↓…단시간 근로 비중도 가장 높아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상용근로자 5인 미만(1~4인) 사업체 감소폭이 가장 컸다.
1~4인 사업체의 월평균 전체근로시간은 2020년 152.1시간에서 지난해 142.1시간으로 10시간(6.6%) 줄었다. 전체 평균 감소 폭인 6.8시간보다 3.2시간 더 많이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같은 기간 162.8시간에서 158.3시간으로 4.5시간(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4인과 300인 이상 사업체 간 월평균 전체근로시간 격차는 2020년 10.7시간에서 지난해 16.2시간으로 5년 사이 5.5시간 확대됐다.
이 밖에도 ▲5~9인 155.3→149.5시간(-5.8시간) ▲10~29인 162.3→154.4시간(-7.9시간) ▲30~99인 167.1→160.0시간(-7.1시간) ▲100~299인 165.9→161.6시간(-4.3시간)으로 각각 줄었다.
다만 이 같은 근로시간 감소를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의 결과로 보기는 해석하기는 어렵다. 일·생활 균형 확산이나 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의 영향도 있지만, 경기 침체로 노동 수요가 줄거나 단시간·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상대적으로 짧게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중소기업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상용근로자 중 주 평균 36시간 이하 일한 비중은 1~4인 사업체가 30.2%로 가장 높았다. 5~29인은 27.3%, 30~299인은 25.5%, 300인 이상은 24.8%였다.
특히 1~4인 사업체의 주 36시간 이하 근로 비중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20.0%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5~29인은 18.2%p, 30~299인은 16.2%p, 300인 이상은 15.9%p 늘어 소규모 사업장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주 1~14시간 일한 취업자는 2020년 130만4000명에서 지난해 177만9000명으로 47만5000명(36.4%)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8%에서 6.2%로 높아졌다.
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서도 단시간근로자의 월평균 총근로시간은 2020년 79.4시간에서 지난해 71.3시간으로 8.1시간(10.2%) 감소했다.
5인 미만 사업체의 임시·일용근로자도 같은 기간 82.9시간에서 69.7시간으로 13.2시간 줄었다. 상용근로자는 162.8시간에서 156.8시간으로 6시간 감소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일을 많이 하더라도 근로자를 쓰기보다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단시간 근로자 숫자가 증가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영세사업장이 근로자를 더 투입하거나 근로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사업주나 가족종사자가 필요한 노동을 떠맡으면서 임금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5인 이상 영세·중소사업장에서는 법정 근로시간 준수 효과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노 연구위원은 "5~29인 미만의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 관련 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인 사례들도 많다"고 말했다.
◆'주15시간' 문턱에 보호 공백…정부, 고용보험 가입기준 개편
초단시간 노동이 늘면서 노동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제도상 4주 평균 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 등 일부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법 사각지대에 놓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요인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제도적 경계가 초단시간 고용을 늘리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임금근로자 비중은 2012년 3.7%에서 2024년 8.5%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KDI는 "주 15시간·월 60시간을 전후로 주휴수당과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사용자 노동비용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준선 아래의 초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초단시간 노동 확대에 따른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재 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내년부터는 근로시간 대신 소득을 기준으로 가입 여부를 판단한다. 월 보수가 80만원 이상이면 근로시간이 짧더라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여러 사업장에서 받은 보수를 합산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사업체 규모별 초과근로시간 격차는 최근 5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4인 1.4시간 ▲5~9인 3.8시간 ▲10~29인 7.9시간 ▲30~99인 11.4시간 ▲100~299인 13.0시간 ▲300인 이상 11.4시간이었다.
2020년에는 ▲1~4인 1.0시간 ▲5~9인 4.0시간 ▲10~29인 8.5시간 ▲30~99인 13.3시간 ▲100~299인 13.5시간 ▲300인 이상 10.9시간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 1~4인은 0.4시간, 300인 이상은 0.5시간 늘어난 반면 5~299인 사업체에서는 초과근로시간이 감소했다. 특히 30~99인은 13.3시간에서 11.4시간으로 1.9시간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4인과 300인 이상 사업체의 초과근로시간 격차도 2020년 9.9시간에서 지난해 10.0시간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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