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에든버러 프린지 초연…비영어권 첫 프로덕션
퀸·시아부터 이소라까지 익숙한 음악으로 가득 채워
프리쇼부터 관객 참여…무대와 객석 경계 허물어
내년 1월 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끌벅적한 펍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직접 관객에게 맥주를 따라주고, 잔을 부딪히며 함께 어우러진다. 음악과 맥주, 유머가 있는 '더 정글'의 밤은 그렇게 시작된다.
지난 18일 개막한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은 영국 런던의 펍 '더 정글'에 모인 아홉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이들은 익숙한 팝과 록을 함께 부르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를 채운다.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 한국 공연은 비영어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덕션이다.
무대 위에는 거창한 사건도, 극적인 갈등도 없다. 대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음악과 아홉 남자의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은 사랑과 가족, 우정에 관한 기억을 꺼내놓으며 노래한다.
음악은 이 작품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퀸의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시아의 '샹들리에(Chandelier)' 등 익숙한 노래는 아카펠라와 합창, 라이브 연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다. 배우들은 피아노와 기타를 직접 연주하고 경쾌한 탭댄스를 곁들이며 무대를 꽉 채운다.
이번 한국 공연에는 가수 이소라의 '제발'도 추가됐다. 영국의 펍에서 울려 퍼지는 애절한 노래는 익숙한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적 요소는 더 있다. '나는 솔로', '다이소 상품권' 등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소재를 대사와 유머에 녹여냈다. 배우들이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등 극과 현실의 경계를 낮춰 관객을 한층 더 가까이 끌어들인다.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는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뤄진다.
공연 시작 전 프리쇼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음료를 마시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배우와 관객이라는 구분을 잠시 내려놓고, 마치 펍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막이 오른 후에는 배우들이 객석으로 나아가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한다. 공연의 일부가 된 관객들의 즉흥적인 반응은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관객이 자연스레 공연 안에 들어가면서 객석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넘버가 끝난 뒤 박수가 터져 나오는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콰이어 오브 맨'에서는 배우가 한창 노래를 할 때 관객도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호응한다. 그야말로 떠들썩하고 흥겨운 펍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분위기다.
다만 작품의 서사는 그리 강하지 않다. 아홉 남자들의 사연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각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렵다.
촘촘한 이야기를 따라가기 보다 잠시 펍에 들러 한 편의 쇼를 즐기는 쪽에 가까운 공연이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는 분위기를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관객도 '더 정글'의 밤에 자연스럽게 섞여들게 된다.
공연은 내년 1월 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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