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위상 되찾는다…제품·매장·마케팅 새판[다시 뛰는 스우시③]

기사등록 2026/09/26 10:01:00 최종수정 2026/09/26 10:18:24

엘리엇 힐 CEO, 스포츠 중심으로 조직 재편

신제품·특화 매장 앞세워 소비자 접점 확대

알파플라이 4·ACG로 승부…축구 특화 매장

선수 의견 제품·판매 연결…매출 반등 관건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제1 파워플랜트에서 열린 나이키 'Version 0: Prototype' 전시에서 와플 기계와 초기 러닝화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물이 공개돼 있다. 빌 바워만은 러너의 접지력을 개선하기 위해 와플 기계에서 착안해 밑창을 실험했고, 이는 문 슈 등 초기 프로토타입으로 이어졌다. 2026.09.18. ming@newsis.com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제품 개발부터 매장 운영, 마케팅까지 사업 전반에 걸친 쇄신에 나섰다. 과거의 브랜드 명성에 안주하기보다 스포츠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스포츠와 운동선수다. 러닝과 농구, 축구 등 종목별로 조직을 재편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도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스포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러닝화 기술 혁신과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육성, 스포츠 팬을 겨냥한 체험형 마케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의 주도권 회복을 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엘리엇 힐 나이키 사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나이키 스포츠 오펜스(Nike Sport Offense)' 전략을 중심으로 사업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존 여성·남성·키즈 중심이던 조직을 러닝과 농구, 축구 등 스포츠 종목별로 재편했다. 각 종목을 담당하는 팀이 선수와 소비자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구조다.

선수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선수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실제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유통 전략 역시 달라지고 있다. 힐 CEO는 취임 이후 주요 유통 파트너들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자사 채널뿐 아니라 도매 파트너를 통해 소비자 반응과 제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사업 운영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스포츠 중심의 조직 재편은 제품 개발 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경기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실제 제품에 반영하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글로벌 본사에 위치한 '르브론 제임스 혁신 센터' 내 나이키 스포츠 리서치 랩(NSRL) (사진=나이키 제공) 2026.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키의 사업 쇄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연구개발 역량이다.

미국 오리건주 글로벌 본사에 위치한 '르브론 제임스 혁신 센터'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신체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실제 제품 개발로 연결하는 핵심 시설이다.

센터 내 나이키 스포츠 리서치 랩(NSRL)에는 400개의 카메라를 갖춘 동작 포착 시스템과 97개의 지면반력 측정 장치가 설치된 트랙과 경기장 등이 구축돼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힘의 분포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제품 설계에 반영한다.

80개 이상의 시제품 제작 장비를 활용해 경우에 따라 1시간 이내에 테스트용 샘플을 제작할 수 있다. 연구와 제작, 선수 테스트, 수정으로 이어지는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50년 이상 축적된 제품과 디자인 자료 약 25만점을 보관하는 나이키 아카이브, 에어 유닛 제조를 담당하는 전문 조직 등을 연계해 제품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나이키 알파플라이 4(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키는 스포츠 종목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마라톤 레이싱화 '알파플라이 4'다. 경기 후반부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러너가 속도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기존 줌X 폼보다 최대 17% 가벼운 '줌X LT' 폼을 적용해 에너지 반환율을 8% 높였다. 여기에 탄소섬유 플레이트와 전족부 에어 줌 유닛을 결합해 추진력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기량과 러닝 스타일을 가진 여성 장거리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거리 주행 시 안정성과 편안함을 개선했다.

일상 러닝을 위한 '페가수스 플러스 2'도 선보였다. 데일리 러닝부터 장거리 러닝, 속도 훈련까지 하나의 신발로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라토너와 육상 선수 등 약 30명의 테스트 결과를 반영했으며, 커브드 에어 줌과 줌X 폼을 결합해 기존 페가수스 플러스보다 에너지 반환율을 최소 18% 높였다.

나이키 ACG(All Conditions Gear)가 험준한 산악 지대를 달리는 트레일 러닝 선수들이 마주해 온 난제를 해결할 장거리·고산 트레일 러닝화 'ACG 피클주스(ACG Picklejus)'를 선보였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전문 퍼포먼스 브랜드 'ACG(All Conditions Gear)'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1989년 공식 출시된 ACG를 트레일 러닝과 하이킹, 탐험 등 전문 아웃도어 스포츠에 집중하는 브랜드로 재정비한 것이다.

대표 제품인 'ACG 피클주스'는 장거리 산악 러닝에서 필요한 충격 보호와 접지력, 안정성을 강화한 트레일 러닝화다.

약 3년에 걸쳐 100명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실험실 테스트와 실제 산악 환경에서의 검증을 진행했다. 새롭게 개발한 접지 기술을 적용해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을 45%, 마모 저항성을 25% 높였다.

ACG는 엘리트 트레일 러너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강현지·고민철·노현진 선수가 선수단에 합류했으며, 이들은 시제품 테스트와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

베이징 산리툰에는 첫 ACG 단독 매장인 'ACG 베이스캠프'를 선보이며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나이키 강남점 전경 (사진=나이키 제공) 2026.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키는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한 제품 판매 공간에서 스포츠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나이키 강남'이다.

2014년 6월 문을 연 나이키 강남은 브라질과 러시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올해 북중미 월드컵까지 주요 글로벌 축구 이벤트를 함께한 공간이다.

나이키는 올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공개에 맞춰 매장 전체를 한국 축구의 선수와 팬, 문화적 상징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매장 외부에는 대표팀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순간에서 착안한 '기습'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내부에는 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유니폼의 백호 모티프를 활용해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담았다.

[서울=뉴시스] 나이키 강남점 내부 (사진=나이키 제공) 2026.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층 축구 특화 공간에서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프랑스, 잉글랜드 등 여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니폼에 적용된 '에어로핏(Aero-FIT)' 기술을 소비자가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의 그물망 구조와 공기 흐름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의 기능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화 서비스도 강화했다.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에 선호하는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를 새기는 마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응원하는 선수와 팀의 유니폼을 직접 선택하고 개인화하는 과정을 통해 스포츠 팬의 경험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나이키가 추진하는 변화는 신제품 출시를 넘어 스포츠 종목별 조직 운영과 선수 중심의 연구개발, 유통채널 및 매장 경험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수들의 요구에서 출발한 제품 혁신을 소비자 경험과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이키가 스포츠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