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지주회장 간담회…"자회사 CEO 선임, 능력 기반 적임자로"
하반기 70여개 자회사 CEO 교체 국면…"친소 관계·특정 계파 안 돼"
법 개정 지연 속 지배구조 감독 강화…금감원 검사역, 모니터링 착수
긴장감 속 지주회장단 "투명 선임 약속"…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이찬진 금감원장은 23일 은행지주회사 회장단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 8개 은행지주그룹에서 은행장을 포함해 70여 개 자회사의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까지 책임질 CEO의 선임 절차가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CEO 자격 요건과 평가 단계별 검증 기간 등 핵심 절차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지주사는 선임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미흡한 사항을 조속히 보완해 달라"며 "지주사 자추위는 CEO 후보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취지에 따라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주사를 포함한 전체 69개 계열사 중 56곳(약 81%)의 CEO 임기가 올해 연말 만료된다. 지주사를 제외하더라도 64개 자회사 중 55곳(약 86%)에 달하는 규모다.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임기 역시 일제히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간 금융회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국내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과거 인수합병 과정에서 형성된 파벌 중심 인사가 성행하면서, 인사철마다 '줄대기'와 비방성 '투서'가 난무해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직접 임추위에 참여하거나 친분 있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권력을 유지하는 '셀프 연임' 역시 대표적인 폐단으로 꼽혔다.
이 같은 계파 갈등은 금융사의 평판 리스크를 키울 뿐 아니라, 단기 성과주의 영업 문화를 조장해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횡령 등 거액의 금융사고가 발생함에도 금융지주 회장이 '참호'를 구축해 장기집권을 하고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CEO 장기연임 견제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미뤄지는 형국이다. 금감원이 감독권을 행사해 사전적으로라도 금융사 지배구조의 고삐를 죄려는 이유도 이같은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담당 검사역(RM)을 통해 은행장, 증권·보험사 대표 등 자회사 CEO 승계 절차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가동 중이다. 금감원이 앞서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올바르게 이행되고 있는지, 편법을 동원해 우회하고 있지 않은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한 경고와 모니터링 속에서 일부 금융지주들은 발 빠르게 제도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BNK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은행 임추위에 CEO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단계별 후보자 정보 공유 및 최종 면접 참관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은행 임추위에 자회사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BNK금융과 신한금융이 선제적 쇄신에 나서면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의 강한 메시지에 지주회장들은 투명한 선임 절차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경영상 애로사항을 전했다. 지주회장들은 행사 종료 후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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