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취직은? 승진은?"…명절에 싸우는 이유

기사등록 2026/09/25 01:01:00

불편한 상황 회피보다 물러서 '공감'에서 출발해야

연휴 끝나도 우울감 등 지속시 전문가 도움받아야

[서울=뉴시스] 25일 정신건강의학계에 따르면 명절 기간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은 단순한 피로라기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생기는 '생활 방식의 부딪힘'에 가깝다. (사진=유토이미지) 2026.09.01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 간 대화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또 일부는 음식 준비와 장거리 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에는 각자의 생활 방식대로 지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사소한 말 한마디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홍민석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추석 명절에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25일 정신건강의학계에 따르면 명절 기간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은 단순한 피로라기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생기는 '생활 방식의 부딪힘'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세대나 직업, 지역에 따라 삶의 방식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평소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지내던 가족과 친척이 명절에 한자리에 모이면 나에게 당연한 것이 상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결혼, 취업, 승진, 자녀 교육 등 민감한 화제를 통해 나타난다.

홍민석 교수는 이를 ‘작은 문명의 충돌’로 비유했다. 홍 교수는 "'결혼은 언제 하니?'라는 말이 기성세대에게는 안부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사생활에 대한 압박으로 들리고, 거꾸로 젊은 세대가 예의를 갖춘다고 보낸 명절 카톡 메시지가 기성세대에게는 성의 없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말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사회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가치관과 규범이 공존하고 있다"며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 사이라도 생활 양식은 달라져 있을 수 있어, 서로의 말과 행동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면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심리적 부담을 줄이려면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순간 떠오른 해석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홍 교수는 "불편한 말을 들으면 '나를 무시한다'라는 해석이 자동으로 떠오른다"며 "그 해석을 사실로 단정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 '정말 그런 뜻이었을까'를 한 번 따져보는 것이 공감의 출발"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잣대를 나에게도 적용해 내가 무심코 한 말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들렸을지 돌아보는 것까지가 공감"이라고 덧붙였다.

명절 스트레스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하고 평소의 수면과 식사 리듬을 서서히 되찾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연휴가 지나도 우울감이나 수면 문제가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이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스트레스는 피로감,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과 같이 신체화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연휴가 끝나고 이런 증상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은 명절이 아니어도 평소에 안부를 전하는 것"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얼굴도 보면서 서로 공감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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