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총파업에…서울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재지정 조짐

기사등록 2026/09/23 10:38:35 최종수정 2026/09/23 12:08:24

여론조사서 필수공익사업 지정 찬성 78%

'97년 노동조합법에 있었지만 '01년 제외

"글로벌 대도시 중 버스 전면 파업 서울뿐"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협상에 합의하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한 16일 오전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2026.09.1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의 거듭된 총파업이 교통 대란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필수공익사업이었던 시내버스가 20여년 전 지정 해제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론 조사 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6일에서 17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78%였다. 매우 찬성한다는 25%, 대체로 찬성한다는 53%였다.

반면 필수공익사업 지정 반대는 13%였다. 대체로 반대가 9%, 매우 반대가 4%였다. 잘 모르겠다는 9%였다.

이번 여론 조사 주제였던 필수공익사업은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을 뜻한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지정된 필수공익사업은 ▲철도사업, 도시철도사업 및 항공운수사업 ▲수도사업, 전기사업, 가스사업, 석유정제사업 및 석유공급사업 ▲병원사업 및 혈액공급사업 ▲한국은행사업 ▲통신사업 등이다.

필수공익사업체에서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때는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란 필수공익사업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뜻한다.

결국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시내버스 역시 철도 등처럼 필수공익사업과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임을 보여준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노조가 총파업을 하더라도 절반 이상 수준의 운행률을 확보할 수 있어 시민 불편을 완화할 수 있다.

과거 시내버스는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됐다.

1997년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을 통합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될 당시 시내버스는 철도와 함께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노사정 합의 등을 고려해 2001년부터 필수공익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법 개정 과정에서도 시내버스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재지정되지 않았다. 김성중 전 노동부 차관은 2006년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시내버스는 대체 수단이 많이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다 지난 1월 최장 기간(이틀)에 걸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2012년 5월 처음 시작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내버스 운행 전면 중단'이라는 파장을 몰고 오자 국회에서도 필수공익사업 재지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서 "2004년 이후 시내버스 운송 사업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가 도입되고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쟁의행위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송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 철도, 지하철처럼 파업 시에도 최소한의 운행 수준을 유지하고 중단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을 계기로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찬성하는 반면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반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협상에 합의하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한 16일 오전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2026.09.16. hwang@newsis.com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손실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등 준공영제 버스 운송 사업은 지하철과 유사한 수준의 공공성이 인정되며 특히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으로 기능해 파업 시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이 제한된다"며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송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시내버스 파업으로 시민의 출퇴근·통학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은 있으나 철도·도시철도 등 현행 필수공익사업과 비교할 때 대체 교통수단이 존재하고 동일·유사 지역 내 다수 노선이 운행된다"며 "시내버스 운송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간에는 대립이 있지만 대중교통 현장에서는 시내버스가 대체 불가 교통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내버스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까지 운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체 수단 여부를 중시한다면 지하철보다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서 자격을 더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게다가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지하철역이 더 적어 시내버스 파업 시 시민 불편이 더 커진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임금 반영 문제를 둘러싼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의견이 여전한 탓에 언제든 노조가 다시 파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2023년 12시간 파업, 올해 1월 이틀 파업을 경험한 서울시에서 필수공익사업 재지정이라는 사회적 대안 모색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시 G3 서울플랜 중 교통 정책을 주도한 임삼진 서울시 G3 교통혁신분과 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글로벌 도시 중에 이렇게 (버스) 파업이 전면적으로 가능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뉴욕과 런던, 파리도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무런 장치 없이 전면 파업이 가능하도록 허용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임 위원장은 "뉴욕은 아예 법으로 (버스 파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고 런던의 경우는 노선 입찰제라서 일부 지역이나 노선이 파업이 있을지언정 전면 파업이라는 것은 없다"며 "파리는 파업 이틀 전 운전기사들이 파업에 참여한다, 안 한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리 버스 회사는 비상 운송 체계를 24시간 전에 마련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평소에 3분 간격인데 파업 때는 6분 간격으로 한다든지 이런 비상 운송 계획을 발표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위원장은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다수당인 민주당 철학과 맞지 않는다면 프랑스와 같은 제도적 대안을 만들면 된다"며 "적어도 하루 전에 시민들이 비상 운송 계획을 알 수 있으면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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