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형량기준 세분화…벌금형 기준 마련 필요"
민주노총 "합의와 처벌불원 감경 사유에서 제외해야"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노동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 마련된 양형기준에 대해 권고 형량과 감경 사유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2일 논평을 내고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마련된 양형기준을 통해 중대재해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고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한 점에 대해 "경영책임자가 재해 발생 이전부터 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는지,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는지 등을 양형에 반영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치사의 형량 범위가 넓어 유사한 중대재해 사건에서도 법관의 판단에 따라 형량의 편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와 피해 규모 등에 따른 형량기준을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별감경인자 적용에 대해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양형기준은 재해자가 위험한 장소임을 알면서 스스로 출입한 경우, 필수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한 경우 등을 특별감경인자로 규정했다"며 "그러나 산업재해의 특성상 노동자의 개별적인 행위만을 분리해 사고의 책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노동자의 행위가 경영책임자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보탰다.
벌금형 양형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본래 입법 취지는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비용을 무겁게 함으로써 기업이 사고 발생 이후의 처벌을 감수하기보다 사전에 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징역형뿐만 아니라 법인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벌금형 역시 중대재해의 피해 규모,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와 기업 규모 등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같은날 성명을 내고 "이번 양형기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법 취지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의 합의를 적극적인 감경 요인으로 보는 것은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돈으로 처벌을 회피할 수 있다는 알리바이를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또 "중대산업재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당장의 수입원이 사라져 경제적으로 더욱 곤궁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합의와 처벌불원을 감경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고 형량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양형 범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형기준은 알리바이가 아니다"며 "양형기준을 상향하고 합의와 처벌불원을 감경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48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기본 징역 1년 6개월~4년을 권고하고, 감경 영역은 징역 10개월~2년, 가중 영역은 징역 3~10년으로 설정했다. 중대재해 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경우에는 최대 징역 15년까지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종사자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시정명령을 받고도 형식적인 조치에 그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이번 양형기준은 징역형에 한정해 마련됐으며, 벌금형은 제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us0603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