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믹 스누엑스 앤트워프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의료AI, 영상의학과 의사 대체가 아닌 보완 관계 전망
"탐지 성능만 아니라 판독·결절관리·추적 등 연결 중요"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아네믹 스누엑스(Annemiek Snoeckx) 벨기에 앤트워프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현장에서 폐암검진 인공지능(AI)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영상에서 폐결절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스누엑스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폐암검진 AI를 이야기할 때 얼마나 정확하게 결절을 찾아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폐암검진은 그보다 훨씬 넓은 과정"이라며 "검진 대상자를 찾고 검사와 판독을 진행한 뒤 결과를 전달하고, 필요한 사람을 추적검사로 연결하는 전체 과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폐암검진은 고위험군을 찾아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예약과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영상 판독, 결과 전달이 이어지고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추가 검사나 추적관찰로 연결해야 한다. 스누엑스 교수는 이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경로(digital pathway)'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대규모 검진에서 실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병원마다 다른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업무 방식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의료 AI라도 의료진이 기존 판독 환경을 벗어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열고 결과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 실제 활용과 확산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누엑스 교수는 "의료진이 평소 영상을 판독하는 환경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몇 번의 조작만으로 AI 분석부터 결과 보고, 필요한 환자의 추적관리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AI를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전 검증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정 연구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국가와 환자집단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적용하려는 의료환경에서 알고리즘의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완 관계'에 무게를 뒀다.
폐암검진에서는 정상 또는 저위험 검사 비중이 높은 만큼 AI가 정상 가능성이 높은 검사를 신뢰도 있게 분류할 수 있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모든 검사에 같은 시간을 투입하기보다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누엑스 교수는 "AI는 잘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맡고 의사는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례에 집중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의료진에게도 AI가 무엇을 잘하는지만큼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향후 3~5년간 폐암검진을 위한 의료 AI의 발전 역시 단순한 정확도 경쟁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100% 정확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잘못된 양성 판정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폐결절이 발견된 이후 추가 검사나 추적관찰로 이어지는 결절 관리(nodule management)와 AI 분석 결과를 실제 의료진의 업무에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의료AI 업계에서도 폐결절 탐지를 넘어 결절 관리와 검진 과정 전체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스누엑스 교수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제품의 기능보다 이러한 과정이 실제 의료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경제성도 의료AI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병원이 질환별 AI를 각각 도입하는 방식은 비용과 시스템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술이 실제 의료비를 줄이거나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지 입증이 필요하다. 국내외에서는 이런 점이 입증돼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보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스누엑스 교수는 "AI에 수가를 줄 것인지보다 먼저 그 기술이 어디에서 어떤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만드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의료시스템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 기술과 병원 내부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스누엑스 교수가 바라보는 폐암검진 의료AI의 미래는 단순히 더 많은 결절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대부분 정상인 대규모 검진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필요한 환자를 놓치지 않고, 판독 결과를 결절 관리와 추적검사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스누엑스 교수는 "폐암검진 AI는 의사를 대신하기보다 의사가 전문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탐지 성능뿐 아니라 판독과 결절 관리, 추적검사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