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래스 1년 새 3.6배…96%는 ‘화면 없는 안경’

기사등록 2026/09/23 06:00:00 최종수정 2026/09/23 06:12:24

글로벌 출하량 1년새 3.6배…96%는 '디스플레이 없는 안경'

무게·배터리 잡고 가격 낮춰…메타 94% 독주 속 삼성·구글 참전

카메라 사생활 침해 논란 장벽…'매일 편하게 쓰는 착용감'이 승부처

[서울=뉴시스] 메타가 지난달 25일 국내에 출시한 오클리 메타 AI 글래스(사진 왼쪽)와 레이벤 메타 AI 글래스(오른쪽). (사진=메타 제공) 2026.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스마트폰 다음 기기로 옮기려는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의 첫 선택은 뜻밖에도 '화면 없는 안경'에 쏠리고 있다.

눈앞에 정보나 영상을 띄우는 증강현실(AR) 안경보다 단순한 형태가 먼저 인기를 끌고 있다.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에 AI를 결합한 제품이다. 가격과 무게, 배터리, 착용감 면에서 대중화의 문턱을 먼저 넘었다는 분석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AI 글래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3.6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제품 구성이다. 전체 출하량의 96%를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글래스가 차지했다. 이 시장에서는 메타가 9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주했다. 메타의 출하량도 1년 전보다 260% 늘었다.

레이밴 등 기존 안경 브랜드와 결합해 일반 안경에 가까운 디자인을 확보하고, 촬영·통화·음악·AI 음성비서 등 당장 쓸 수 있는 기능부터 넣은 전략이 시장 확대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디스플레이 없는 AI 글래스 출하량의 50%, 서유럽이 28%를 차지했다. 메타가 먼저 판매망을 넓힌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수요가 빠르게 형성된 모습이다.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디바이스 타입별 글로벌 인공지능(AI) 글래스 시장 출하량 추이. 전체 출하량의 96%를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글래스가 차지했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재판매 및 DB 금지
◆'눈앞의 화면'보다 '매일 쓰는 안경'…대중화 문턱부터 낮췄다

AI 안경은 오랫동안 현실 공간 위에 지도나 메시지, 영상 등을 띄우는 AR 기기의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소비 시장에서는 디스플레이를 덜어낸 제품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현재 AR 디스플레이 기술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렌즈에 화면을 구현하려면 광학계와 디스플레이, 이를 구동할 부품이 추가돼 제품 가격과 무게가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처럼 하루 종일 얼굴에 착용하는 기기에서는 작은 무게 차이도 사용성을 좌우한다. 높은 전력 소모에 따른 배터리 문제와 발열도 해결해야 한다.

반대로 화면을 없애면 기존 안경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카메라로 사용자가 보는 장면을 AI가 이해하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답을 들려주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꺼내 보는 횟수를 줄이는 '컴패니언 기기'에 가깝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기능을 최대한 넣기보다 매일 착용할 수 있는 제품부터 만든 것이 현재 시장에서는 먹힌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도 앞서 AI 통합과 사용자의 시야를 함께 보는 카메라 기능을 중심으로 한 일상형 웨어러블이 단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가의 몰입형 기기는 대중화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디스플레이형 AI 안경이 밀려난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AR·AI 글래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했다. 아직 시장 자체가 작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지만 성장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이 시장에서는 중국 로키드가 41%, 메타가 37%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45%로 북미 41%를 앞섰다. 디스플레이형에서는 중국 업체와 공급망의 존재감이 더 큰 셈이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kt west 사옥에서 직원이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글래스 모형을 착용해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7.23. photo@newsis.com
◆삼성도 '화면 없는 안경'부터…메타 독주 시장에 후발주자 몰린다

이같은 시장 흐름은 삼성전자의 첫 AI 글래스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함께 올 하반기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디자인을 적용한 삼성의 첫 제품 역시 디스플레이가 없다. 대신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탑재하고 구글 제미나이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길 안내, 주변 장소 추천, 실시간 번역, 메시지 요약, 사진 촬영 등을 지원한다.

삼성이 첫 제품부터 AR 화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은 현재 시장이 보여주는 방향과 일치한다. 메타가 디스플레이 없는 시장에서 이미 9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후발주자인 삼성·구글 연합이 얼마나 빠르게 사용 경험과 생태계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삼성은 스마트폰·워치·이어버드 등 기존 갤럭시 기기와의 연동을 차별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지난 7월부터 레이밴 메타 판매에 나서면서 AI 글래스가 일부 얼리어답터의 기기를 넘어 통신 유통망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AI 안경의 확산이 빨라질수록 개인정보 문제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일반 안경과 비슷하지만 카메라가 얼굴에 달려 있어 상대방이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우려다.

최근 프랑스 등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무단 촬영을 둘러싸고 규제기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타가 카메라를 뺀 AI 오디오 안경까지 검토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AI 안경 시장의 첫 승부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눈앞에 띄우느냐'보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쓰게 만드느냐'에서 갈리고 있다. 96%라는 비중은 아직 소비자들이 미래형 AR 기기보다 익숙한 안경에 AI를 얹은 제품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디스플레이형 제품도 더 가볍고 저렴해진다면 경쟁 구도는 다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하반기 삼성·구글까지 본격 참전하면 AI 안경은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기기를 둘러싼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소비자 시장에서 승부를 가르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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