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으론 안 된다"…중견건설사, 공공·에너지로 생존 승부수

기사등록 2026/09/23 06:00:00

공공공사·플랜트·첨단산업시설로 수주 포트폴리오 재편

주택 의존도 낮추고 안정적 일감 확보…사업 다각화 속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도시정비사업마저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견건설사들이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민간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공공공사와 에너지·환경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은 민간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공공주택과 공공 인프라,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환경시설 등 비주택 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사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공사비가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이 잇따르면서 브랜드와 자금력, 금융 조달 능력을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견사 입장에서는 대형 정비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 경우 수주 이후에도 금융비용과 공사비 상승 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기존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공사는 중견사들이 눈여겨보는 대표적인 분야다. 민간 주택사업보다 사업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생활 인프라 확충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 수주와 실제 공사로 이어지는 물량 사이의 온도 차도 최근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23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부문 수주는 8.4% 늘어나는 반면 민간부문은 2.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견사들은 공공공사뿐만 아니라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 등 상대적으로 수주 가능성이 높은 주택사업도 선별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계룡건설은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주택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서울 구로구 고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977억원에 수주한 데 이어 최근 고척동 241-2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도 1033억원에 확보했다. 신영1구역까지 포함하면 올해 서울에서 확보한 주택사업 수주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선다.

계룡건설의 실적도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8억원으로 37.0% 늘었다. 특히 건축부문 영업이익은 372억원에서 905억원으로 143.3%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4.7%에서 10.2%로 상승했다.

동부건설은 공공공사와 첨단산업시설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69.2% 늘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61억원, 180억원을 기록했다.

공공·민간 도급공사와 분양주택, 반도체 생산시설 등 플랜트 사업이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주택사업 원가율 개선과 판관비 절감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공공공사 비중도 커졌다. 올해 1분기 계열사를 제외한 관급공사 매출은 23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7%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관급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7.4%에서 54.9%로 상승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수익성이 낮아 공공공사를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중견사들은 실적과 현장 유지를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익성은 낮더라도 기성금과 선급금 등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비롯해 폐기물 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 관련 사업과 산업단지 내 공장·물류시설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중견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일시적인 수주 전략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택사업은 분양시장과 금리, 부동산 규제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특정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고 정비사업은 대형사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견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찾아 비주택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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