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산업재해 사망 발생 시 사업주 최대 징역 15년…첫 양형기준

기사등록 2026/09/22 10:50:29

양형위, 중대재해 양형기준 형량범위 설정

기본 범위로도 법정형 하한보다 높게 권고

'술타기' 최대 징역 4년…음주측정거부 동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동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사법부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죽게 한 사업주 등에게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감경·가중 요소가 없어도 법정형 하한보다 높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동안 지적됐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제148차 전체회의를 열어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에 대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중대재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대법원이 정하는 권고 형량 범위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 효력을 갖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치사(6조 1항)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감경 요인이 없을 때 선고할 수 있는 기본 영역의 형량을 최저 징역 1년 6개월에서 최대 4년으로 권고했다.

감경 영역은 징역 10개월~징역 2년, 가중 영역은 징역 3년~10년의 범위로 설정했다.

중대산업재해 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경우 상한과 하한을 각각 1.5배 높인 범위에서 형을 정할 수 있도록 해 최대 징역 15년까지 가능하다.

그동안 중대재해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사람을 1명 이상 죽게 한 '중대산업재해치사'는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평균 징역 1년 2개월(13.98개월) 안팎의 형이 선고됐다.

양형위는 기본 영역의 형량 하한선을 법정형(징역 1년) 및 평균 형량보다 높게 설정했다. 또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의 정도가 무겁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불법성이 큰 사건은 엄정한 형을 선고하도록 권했다.

다만 법정형의 범위가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애초에 넓었고 피해 규모와 정도,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도,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에 따라 죄질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권고 형량범위를 다소 넓게 잡았다고 양형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급성중독 등에 걸린 사람을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처벌하는 '중대산업재해치상' 범죄의 경우 ▲감경 징역 6개월~1년 6개월 ▲기본 징역 1년~2년 6개월 ▲가중 징역 2년~5년의 범위로 정했다.

이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난해 12월까지 참고할 만한 선고 사례가 1건에 불과해 법정형(7년 이하의 징역)과 함께 기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위반치사' 기준을 참고해 범위를 설정했다.

양형위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형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도 함께 마련했다.

'특별가중인자'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경우를 포함하고 구체적인 예시를 설시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책임자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9.22. photocdj@newsis.com
예를 들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종사자의 의견을 묵살한 경우, 시정명령이나 권고를 받았음에도 형식적인 조치에 그친 경우, 미숙련 종사자의 접근이 가능한 상태로 현장을 방치한 경우 등이 발견되면 형을 높이도록 했다.

단순 시정을 넘어 실효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이행한 경우는 일반감경인자로 설정하고,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주요 긍정 사유로 상향했다.

'위반 사항을 시정한 경우' 감형받을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산업안전보건 범죄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유족들이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등의 취지에서 '처벌불원(처벌을 원치 않음)'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뒀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은 징역형에 국한해 설정된 것으로, 벌금형은 앞선 회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전날 회의에서 '10년 내 재범 음주운전'과 '음주측정방해' 권고 형량범위 등도 새로 마련해 심의했다.

음주측정방해는 기존 음주측정거부와 법정형(징역형 1년 이상 5년 이하, 벌금형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이 같은 점을 고려해 동일한 형량 범위를 적용한다.

기본 영역을 기준으로 징역형은 8개월~2년을, 벌금형은 700만~1500만원의 범위를 설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많을 경우 최대 징역 4년을 선고할 것을 권고했다.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품을 쓰거나 추가로 술을 마시는 '술타기' 등 측정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행위가 적용 대상이다.

10년 내 재범 음주운전 범죄는 형이 감경되더라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운전, 음주측정거부·음주측정방해 범죄의 가중 영역에서는 징역형(징역 1년 6개월~4년 6개월)만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또 5년 이내에 3회 이상 벌금형, 벌금형의 집행유예 이상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감경 요소가 있더라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해 처벌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형위는 11월 6일 다음 149차 회의를 열고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의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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