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미니어처 차례상…‘기억의 방식’ vs ‘상업화 우려’[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9/25 07:00:00 최종수정 2026/09/25 07:09:00

고인의 취향 담은 미니어쳐 차례상…다양해지는 추모 방식

장례지도 전문가 “추모 다양화”

성균관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예법과는 거리감 있어”

[고양=뉴시스] 이시현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21일 경기 고양시의 한 봉안당 봉안함 안에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 등을 본뜬 미니어처가 놓여 있다. 2026.09.21.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뉴시스]우은식 기자, 이시현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경기 고양시의 한 봉안당. 추모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 손을 모은 채 한동안 묵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봉안함 앞에서 살아 있는 가족에게 말을 걸 듯 조용히 이야기를 건네는 이도 있었다. 자리를 뜨기 전 유리 너머 봉안함을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납골당 안 풍경도 제각각이었다. 사진과 꽃 사이로 손톱만 한 사과와 배, 전과 떡이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커피잔과 빵, 케이크 모형도 자리했다.

이른바 '미니어처 차례상'이다. 과일과 전, 떡 등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음식을 작은 모형으로 만든 것에서 나아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커피나 빵, 간식 등을 본뜬 미니어처를 납골당 칸 안에 두는 방식이다.
[고양=뉴시스] 이시현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21일 경기 고양시의 한 봉안당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봉안함이 마련돼 있다. 2026.09.2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미니어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안경 등 손때 묻은 물건을 사진 곁에 넣어둔 봉안함도 있었다. 고인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물건들이 작은 공간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추석을 맞아 부모를 추모하기 위해 납골당을 찾은 표모(54·여)씨도 부모의 안치단을 미니어처로 꾸몄다.

표씨는 처음에는 미니어처로 꾸미는 방식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다른 봉안함 앞에 놓인 작은 음식 모형을 본 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꾸며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골랐다.

표씨는 "생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것들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를 조합해봤다"며 "특히 곶감이랑 초밥을 정말 좋아하셨다.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하나씩 골라놓다 보니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날은 아버지가 좋아했던 육포도 따로 준비해 안치단 유리 바깥에 붙여두고 왔다.

표씨는 "이렇게 꾸며놓으니 부모님이 계신 공간이 조금 덜 쓸쓸해 보였다"며 "여기에 계시면서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 음식 대신 작은 모형을 활용하는 데에는 봉안시설의 공간과 관리 여건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봉안시설에서는 위생과 시설 관리를 위해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 음식을 오래 두기 어려운 공간에서 미니어처는 고인이 좋아했던 것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담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고양=뉴시스] 이시현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21일 경기 고양시의 한 봉안시설에서 안치단을 꾸밀 수 있는 음식 미니어처가 판매되고 있다. 2026.09.21.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봉안시설에서는 봉안함을 꾸밀 수 있는 음식 미니어처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정선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추모 방식이 다양해지는 모습 중 하나로 봤다. 다만 작은 차례상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전통 제례문화의 단순한 간소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고인의 취향과 생전의 일상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추모의 개인화라는 의미는 있다”면서도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이 반드시 물건을 구매하거나 안치 공간을 장식하는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례의 본질은 상차림의 규모나 음식의 가짓수보다 고인을 기억하고 가족이 그 의미를 함께 나누는 데 있다”며 “앞으로는 정형화된 의례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추모문화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모의 마음이 상품 구매나 경제적 부담으로만 이어지지 않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유족의 추모 방식은 존중하되 그 마음이 또 다른 소비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갖추었느냐가 아니라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어가느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어처 차례상을 두고 새로운 추모 방식으로 보는 시각과 전통 제례의 형식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현장에서는 유가족들이 묵념을 하거나 봉안함을 어루만지고,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물건을 작은 공간에 두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있었다.

추모 방식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전통 제례의 형식과 의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의성군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전통 제례의 관점에서는 미니어처 차례상을 기존 제례의 연장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균관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모형을 갖추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예법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라며 “최소한의 제수를 갖추더라도 실제 음식을 올리는 상차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례를 간소화하거나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추모 방식을 달리하는 것 자체는 존중할 수 있지만, 미니어처를 실제 제수음식의 대체물로 보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모든 의식은 형식과 마음이 결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복잡한 의식 절차나 가정 형편에 따른 일부 간소화는 존중할 수 있지만, 미니어처는 전통 제례의 형식으로서 제대로 갖춰진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는 존중하지만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 하루아침에 단절되기보다 사회적으로 어떻게 계승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명절 차례나 기제사를 통해 조상에게 감사하고 추모하는 기본적인 의미는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니어처 차례상을 두고 새로운 추모 방식이라는 해석과 전통 제례의 형식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미니어처 차례상을 두고 새로운 추모 방식으로 보는 시각과 전통 제례의 형식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추모 방식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전통 제례의 형식과 의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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