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공격? 현실과 무관" 부인한 러…2022년 침공 전에도 부인했다

기사등록 2026/09/21 14:21:00 최종수정 2026/09/21 16:00:23

유럽 3국 정보수장 "러 파괴공작 수개월 내 더 거세질 가능성"

독일이 러 배후 지목한 라이프치히 무장 드론 "게임체인저"

[비슈케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9.0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가 드론 공격이나 제한적 침투, 위장 도발 등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의지를 시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유럽 정보기관 수장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체코 정보기관 수장은 이런 움직임이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안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지난 일주일 동안 체코·라트비아·스웨덴 정보기관 수장 3명을 각각 인터뷰했다. 세 사람은 러시아의 유럽 내 파괴공작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 거세질 가능성을 공통으로 경고했지만, 러시아가 나토 영토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과 시점을 놓고는 판단에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경고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지난 17일 의회에서 러시아가 향후 수개월 안에 나토 영토를 드론이나 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나왔다. 투스크 총리는 러시아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가 "실질적인 것보다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는 정보 분석을 소개했다. 나토 5조는 한 회원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각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취해 피해국을 지원하도록 한 조항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투스크 총리의 경고를 "근거가 충분하고 잘 문서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8일 프랑스 정당 지도자와 2027년 대선 후보들을 긴급 소집해 러시아의 위협 확대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할 쿠델카 체코 보안정보국(BIS) 국장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토 회원국 영토에 러시아군이 제한적으로 침투하는 방안도 크렘린의 계획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세력의 소행으로 위장한 도발이나 대규모 공작 가능성도 거론했다. 쿠델카 국장은 이런 일이 언제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몇 년이 아니라 몇 달"이라고 답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의 관리들은 임박한 침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군사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데다, 침공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 자체가 유럽 사회에 공포와 불확실성을 퍼뜨리려는 러시아의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슈코이디츠=AP/뉴시스]6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황에서 폭발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드론 4대가 발견됐다. 사진은 공항에 주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모습. 2026.8.7.
라트비아 국가보안국(VDD)의 노르문스 메주비에츠 국장은 "임박한 공격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에서 더 강도 높은 행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실제 공격 계획인지 서방 사회에 공포와 불확실성을 퍼뜨리려는 전략의 일부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에스토니아도 '침공 임박론'에 거리를 뒀다.요나탄 브세비오프 에스토니아 외교부 사무총장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불안이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실제로 공격을 우려할 근거가 생기면 정부가 이를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들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첩보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쿠델카 국장과 메주비에츠 국장은 지난달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러시아에 나토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당시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에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도 들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후 러시아의 나토 공격설에 대해 "현실과도, 러시아의 의도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럽이 러시아의 이런 부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의 기억도 있다. 당시 미국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고 전쟁은 다섯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직접 침공 여부와 별개로 유럽 정보기관들이 이미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의 파괴공작이다. 러시아는 나토의 집단 대응을 직접 촉발할 행동은 피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파괴공작을 벌이고, 나토의 대응 수위를 떠보는 듯한 사건을 일으켜 왔다고 서방 정보기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탄두를 싣지 않은 러시아 드론 10여 대가 폴란드 영공으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4주가 지나도록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하늘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2월 초 우크라이나 공군 훈련 모습. 출처: 우크라이나 공군.   *재판매 및 DB 금지
쿠델카 국장은 이런 방식을 긴장을 끌어올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는 전략으로 설명했다. 러시아가 유럽 사회의 약한 고리를 계속 압박하면 결국 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닐손 스웨덴 군 정보·보안국(MUST) 국장은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무장 드론 사건을 "게임체인저", 즉 위협의 성격을 바꾼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는 이 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관여했다고 공식 지목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메주비에츠 국장은 러시아의 파괴공작 표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무작위적인 파괴공작과 방화로 공포를 퍼뜨리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철도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이는 기반시설, 방위산업 시설처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직접 연결된 곳으로 표적을 좁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닐손 국장은 이런 활동의 목적을 우크라이나 지원 약화와 나토 내부의 분열, 유럽 시민들의 불안 확산으로 분석했다. 그는 "나토가 4조 협의를 끝없이 논의하면서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상황을 모스크바는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4조는 회원국의 영토 보전이나 안보가 위협받을 때 동맹국들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쿠델카 국장은 이제 화재나 시설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단순 사고인지 러시아가 개입한 공격인지 정보기관이 조사해야 한다며, 그런 불확실성 자체가 러시아에는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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