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18.9%·車판매 20%↓·주택판매 14%↓
5년간 데이터센터 2950억달러 투자 추진…"소비·고용 지원 줄어"
시진핑 "GDP 성장만 봐선 안 돼"…AI 중심 성장전략 고수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중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대규모 AI 투자가 오히려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소비와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AI에 정부 자금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AI 등 첨단기술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반면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는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잇따라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을 제외한 청년 실업률은 지난 8월 18.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 주택 판매는 14% 감소했다.
인민은행 고문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지난 7월 중국 경제가 "지나치게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첨단기술 산업만으로는 전체 경제를 끌어올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민은행 전 고문인 류스진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농촌 주민의 기본 연금을 월 30달러에서 150달러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황하이저우 인민은행 고문도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가는 기술 혁신을 달성할 수 없다"며 기술 발전에 앞서 완만한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AI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정부 주도 투자펀드는 2000~2023년 AI 기업에 약 184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향후 5년간 전국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약 29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세제 혜택과 정부 계약, 금융 지원, 인프라 등을 총동원해 AI 산업을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AI 관련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AI 성장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정보서비스 분야 투자는 19.2% 늘었다.
반면 전체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인프라와 부동산, 설비 등을 포함한 고정자산 투자는 올해 첫 5개월 동안 4.1% 감소했다.
중국 지도부는 경기 부진에도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첨단산업 발전과 국가의 '하드파워' 강화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변화시키고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당장의 소비와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탠퍼드대의 중국 경제학자 쉬청강 교수는 정부가 AI에 투입하는 자금만큼 고용과 소비를 지원할 재원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AI가 노동 수요를 감소시킬 경우 높은 실업률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가계 수요와 기업 활력이 약화하면 AI 산업 자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업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며 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기업과 소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NYT는 중국이 AI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상황이지만 AI 중심의 자원 배분이 국민의 생계와 중국 경제의 미래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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