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관 4월엔 새 미사일 생산 불가 주장
WSJ "이란, 비축 부품으로 지하 조립 재개"
국방부 "관련 산업 기반 최대 90% 파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사안을 잘 아는 미국과 중동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기존 부품으로 새 미사일을 조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생산 규모는 전쟁 전보다 적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새 미사일을 만들 수 없다고 발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의 미사일 개발·생산 체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새 미사일을 만들 수단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을 향해 "공격·방어 전력을 보충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해군 관련 산업 기반을 최대 90% 파괴했으며 미사일과 드론 발사 능력도 크게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생산 재개 여부에는 직접 답하지 않은 채 이란 군사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주장했다.
WSJ은 제한적인 생산 재개만으로도 이란이 소모전에서 버틸 여력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미사일을 보충하는 동안 이를 막아야 하는 미국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요격미사일 재고는 줄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28일 전쟁을 시작한 뒤 이란의 미사일 생산·저장 시설과 발사대 등을 집중 공격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이란이 지난 6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및 종전 논의 개시를 위한 예비 합의를 맺은 뒤 소규모 생산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WSJ은 이란이 교전이 잦아든 여름을 군사력 재건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이란 군사 분야를 분석했던 짐 램슨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방문연구원은 이란이 전쟁 전에 완성된 탄두와 동체, 유도·제어장치 등을 비축해뒀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과거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도 지하시설 벽을 따라 이런 부품들이 늘어선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WSJ은 앞서 위성사진을 토대로 이란이 공습으로 막힌 미사일 기지의 터널 입구를 다시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하시설 안에 저장된 무기들이 상당 부분 온전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조립 대상에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미사일이 모두 포함됐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준비를 갖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미국 당국자는 이란이 보유한 부품으로 적어도 수백 기의 미사일을 조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램슨 연구원은 비축 부품의 양과 가동 가능한 지하시설 수에 따라 새로 생산할 수 있는 미사일이 수백 기에서 많게는 수천 기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쟁 전 수준의 본격적인 생산을 재개하기에는 제약이 남아 있다. 아랍권 당국자들은 액체연료 제조에 필요한 화학시설과 고체연료를 만드는 산업용 혼합장비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해상봉쇄도 부품과 고체연료 원료 수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뒤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미사일 재고를 복구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추가 공격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미사일 전력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단체인 미사일방어옹호연합(MDAA)의 탈 인바르 선임분석가는 이란이 아직 수천 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은 전쟁 중 재고가 줄어 공격에 투입하는 물량을 줄였지만 미사일 공격은 계속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미군이 주둔하는 요르단의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대거 발사했다. WSJ은 당시 영상에 여러 개의 자탄을 퍼뜨리는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란은 전쟁 초기 이스라엘 방공망을 압박하는 데에도 이런 탄두를 사용했다.
최근에는 미 군함을 겨냥한 공격도 잇따랐지만 실제로 피격된 군함은 없었다. 아랍권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거세질수록 이란이 공격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