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의약품은 연령에 따라 용량 조정
조정 과정 전혀 없는 건강 보조 식품
노인 뇌 대사 변화 따라 해로울 수 있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비타민D, 오메가 3, 글루코사민이 고령층의 인지 장애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월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정상인 고령층이 추가로 비타민 D를 복용하면 인지 능력 저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지난 4월 다른 연구에서 55세 이상 성인 가운데 오메가-3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 저하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지난 6월에는 관절 통증 감소를 위해 글루코사민을 복용한 사람들이 복용하지 않은 또래들보다 5년에 걸쳐 경도 인지 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이들 연구는 최근 연구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한 가지 가능성을 가리킨다. 바로 노화로 인해 뇌가 지방, 칼슘, 포도당을 처리하는 방식과 염증에 반응하는 방식이 변화하며 그 결과 영양소와 약물이 뇌 조직에 도달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고령층의 신장 기능, 대사, 민감도가 변화하는데 따라 혈액 희석제와 오피오이드 같은 약물의 용량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강보조식품에는 그와 같은 연령별 복용 지침이 따라붙지 않는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비타민 D, 오메가-3 또는 글루코사민이 우리에게 좋은지 물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보다 어떤 연령대의 어떤 사람에 좋은가라는 질문으로 변하고 있다.
◆노화한 뇌
노화한 뇌는 젊은 뇌와 엄청나게 많은 점이 다르다.
젊은 뇌는 일반적으로 더 가소성이 높고, 노폐물을 더 효율적으로 제거하며, 염증을 더 잘 조절하고, 세포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할 능력이 더 크다.
이에 비해 노화한 뇌는 생물학적 여력이 더 적다. 즉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일이 생겼을 때 이를 보상할 능력이 떨어진다.
노화는 또한 영양소가 처리되는 환경을 변화시킨다.
가장 중대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뇌혈관을 둘러싼 정교한 보안 시스템인 혈액뇌장벽과 관련된다.
혈액뇌장벽은 산소와 포도당 같은 필수 물질은 통과시키면서 단백질, 염증 분자, 독소, 약물, 그리고 영양소의 통과는 엄격하게 조절한다. 노화하면 이 장벽을 유지하는 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손상된다.
물질을 뇌 안팎으로 운반하는 수송 체계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장벽이 더 많이 새는 문제를 넘어 뇌로 들어가는 관문 자체가 아예 달라지게 결과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혈액뇌장벽 손상이 인지능력 저하에 기여하는지, 그리고 이 장벽을 회복시키는 것이 기억력 보존에 도움이 되는 지를 연구해왔다.
◆비타민 D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낮고 식사를 통한 비타민 D 섭취량이 적으면 인지능력이 빠르게 저하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어 왔다.
이들 연구는 비타민 D를 보충제로 사용해 저하를 늦추거나 심지어 멈출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연구 결과가 엇갈리면서 비타민 D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월 논문은 비타민 D 보충제 사용과 인지능력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였다.
연구자들은 평균 연령 67.5세의 미국인 5065명을 추적했다. 참가자의 약 40%가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했다.
이 연구는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6년에 걸쳐 전반적인 인지능력과 실행기능이 약간 더 빠르게 저하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관성은 이미 비타민 D 수치가 정상인 사람들에게만 나타났으며, 결핍된 사람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의 가설은 추가적인 비타민 D가 뇌의 분자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생성 또는 축적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유와 오메가-3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생선 기름의 오메가-3 지방이 뇌에 좋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오메가-3 보충제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
그럼에도 이러한 보충제는 일반적으로 해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4월의 연구에서 오메가-3 보충제를 복용한 273명과 복용하지 않은 546명을 비교한 결과 오메가-3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더 빠른 인지능력 저하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D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뇌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된다.
오메가-3 보충제 복용자들은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뇌 영역에서 포도당 대사가 더 낮았으며, 이는 더 빠른 인지능력 저하와의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발견은 오메가-3가 한결같이 유익하다는 기존의 견해에 도전하며 인지 보호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이 물질에 대해 신중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한다”고 썼다.
이 결과는 뇌의 대사가 변화한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뇌가 손상되거나 질환을 앓으면 뇌의 에너지 요구량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지방과 다른 영양소에 반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평상시에는 무해하거나 유익해 보이는 보충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뇌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는 일생 동안 대사적으로 정적인 상태가 아니며, 보충제의 효과 역시 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글루코사민
주로 중년 및 고령층이 많이 복용하는 글루코사민은 연골과 관절 조직에서 발견되는 분자의 구성 성분이다. 주로 골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이 관절 통증을 줄이거나 연골 퇴화를 늦추기 위해 복용한다.
글루코사민의 효과에 대한 증거는 엇갈리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통증이 약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무런 이점도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연구자인 라몬 선 미 플로리다대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교수는 당을 처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이 보충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연구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첫째,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을 연구했다. 그들은 생쥐의 뇌가 글리칸이라는 물질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리칸은 단백질과 다른 분자에 붙어 있는 복잡한 당 구조다. 연구자들이 유전적으로 이 과정을 늦추자 생쥐들은 인지능력 검사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반대로 생쥐에게 글루코사민을 경구 투여해 이 과정을 촉진하자 인지능력 문제가 악화됐다.
연구자들은 이어 사망한 사람의 뇌를 조사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건강한 뇌보다 글리칸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생쥐에게서 관찰한 현상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글루코사민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실제 세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글루코사민 사용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약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이미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가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글루코사민 사용이 사망률을 약 25%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글루코사민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단백질에 당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을 악화시켜 뇌세포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으며, 그러한 영향의 일부는 혈액뇌장벽의 약화와 관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충제 복용 중단해야 하나
위의 세 연구 결과는 그 자체로 결론을 내리는 성격이 아니다.
보충제 복용자는 소득, 교육, 건강행동 측면에서 비복용자와 다르며 보충제의 용량과 제형이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로 선과 다른 연구자들은 고령층에게 이들 보충제 복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다만 이번 발견이 비타민 D, 어유, 글루코사민을 넘어 보충제가 연구되고 판매되는 방식에서 내재하는 맹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선은 보충제가 반드시 무해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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