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모두의 토론회'
국민 200명 선택은…토론 거치며 두줄서기 우세
캐리어 관리 강화·휴대폰 자제 등 다양한 의견도
행안부, 설문조사 반대로 발표…"참석자에 양해"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모두의 토론회'에서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에 대한 국민 200여명의 최종 선택은 '두 줄 서기'였다.
'모두의 토론회'는 복잡하고 찬반이 갈리는 정책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국민 참여형 정책 토론회다. 지난달 26일에는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를 주제로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짐과 끼임 등 안전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안전한 이용 방식에 대한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정책은 그간 여러 차례 변화해왔다.
1998~2008년에는 급한 사람을 위해 한 쪽에 서고 나머지 한 쪽은 비워두고 걷는 '한 줄 서기' 문화가 도입됐고, 특히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에 확산했다.
그러나 무게 쏠림에 따른 고장과 걷거나 뛰다가 넘어지는 사고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9~2014년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실시됐다.
이후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적지 않고, 해외에서도 두 줄 서기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2015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은 중단됐다.
현재는 특정한 줄 서기 방식보다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노란 안전선 안에 탑승하기 등 '3대 안전 수칙'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한 줄 서기 관행이 이어지면서 11년 만에 다시 공론화가 추진된 것이다.
실제 올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에스컬레이터 이용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은 49.9%가 '두 줄 서기', 50.1%가 '한 줄 서기'로 팽팽하게 맞섰다.
두 줄 서기 이유는 '안전하려고'가 42.4%로 가장 많았다. 한 줄 서기 이유는 '빠르게 가려는 사람을 배려하려고'가 40.1%로 가장 많았고, '사회적 분위기와 습관 때문'이 21.3%로 뒤를 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사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조금 늦어지더라도 모두가 안전하게 두 줄로 서서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74%, '신속한 이동을 위해 한 줄로 타고, 한 줄은 급한 사람을 위해 비워주는 것이 좋다' 65%로 의견이 갈렸다.
발제를 맡은 장계련 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공행정본부장은 "한 줄 서기를 하는 사람을 단순히 안전 의식이 낮다고 볼 수 없고, 두 줄 서기를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한 줄이냐, 두 줄이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용 방식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모두가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공통의 기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도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특히 지난 18일 퇴근시간 구리역에서 진행된 에스컬레이터 이동 시간 간이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한 줄 서기 결과 평균 106.5초(10회 실험, 92명), 두 줄 서기 결과 평균 102초(10회 실험, 112명)로 나타났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대학원 교수는 "해당 실험 하나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동의 효율 측면에서는 적어도 한 줄 서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허윤섭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보행 충격과 편·하중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한 줄 서기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들은 전문가 패널 토론을 바탕으로 1·2차 분임 토론을 거쳐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에 대한 최종 의견을 내놨다.
그 결과 '두 줄 서기'는 45.9%, '한 줄 서기'는 13.4%였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현장에서 진행된 1차 설문조사에선 두 줄 서기 31.4%, 한 줄 서기 29.9%로 의견이 팽팽했는데, 토론을 거치며 두 줄 서기가 우세해졌다. 다만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적용'도 38.7%를 차지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우선 순위 가치는 '신속한 이동' 23.2%, '안전한 이동' 76.8%였다. 1차 설문조사 당시에는 신속한 이동 36.6%, 안전한 이동 63.4%였는데,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
두 줄 서기에 찬성한 한 참석자는 "안전을 위해 두 줄로 서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두 줄 서기 문화를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정부는 두 줄 서기 필요성에 대해 국민이 인식을 개선하도록 캠페인 등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 특정한 이용 방식에 반대한 한 참석자는 "출퇴근 시간에는 한 줄, 이후에는 두 줄로 서는 등 유연한 운용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바쁜 시간대일 때는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도 제기됐다.
캐리어 등 동반 시 관리 강화, 스마트폰 이용 자제, 손잡이 스티커 부착, 손잡이 청결 개선, 3대 안전수칙 안내 방송 및 사고 영상 송출, 안전관리 위반 시 과태료, 에스컬레이터 부품의 국산화 등이다.
행안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모인 국민의 생각과 제안을 바탕으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선 1·2차 설문조사 결과가 반대로 공개돼 행안부가 토론회 종료 뒤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1차 설문조사 결과를 최종 결과로 잘못 발표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아직 참석자들에게는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줄 서기 의견이 우세했던 만큼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최종 결과 발표를 보고 의아해하는 반응도 보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빨리 발표하기 위해 미리 그래프를 그려놨는데, 숫자를 넣으면서 1차와 2차를 바꿔서 넣었다"며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참석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양해의 말씀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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