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00억 특별예산 막고 야당 2400억안 채택
총액은 더 크지만 매년 심사…행정원장 부서도 남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입법원이 27일(현지시간) 무인체계 산업 육성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앞으로 6년 동안 매년 400억 대만달러(약 1조7000억원)씩 연도별 본예산에 편성하도록 했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입법원은 집권 민진당 정부가 제출한 2100억 대만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의 특별예산안을 부결하고, 제1야당 국민당 등이 주도한 2400억 대만달러 규모의 정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안의 총액은 정부안보다 300억 대만달러 많다. 정부안은 해안 감시·공격 무인기와 소형 일회용 공격 무인수상정 등 약 21만대를 2031년까지 조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특별예산이었다. 반면 통과안은 산업 육성과 국방 조달을 함께 지원하되 필요한 예산은 해마다 입법원 심사를 받게 했다.
입법원 통과가 곧 시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만 법률은 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행정원장의 부서(副署·법률안에 함께 서명하는 절차)를 거쳐 총통이 공포해야 효력이 생긴다. 이번 법안은 아직 행정원장 부서와 총통 공포를 거치지 않았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은 법안에 부서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중요한 것은 국가의 필요와 안보”라며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 드론 생산에서도 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중국산 부품 없이도 가동할 수 있는 군사용 드론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은 “늦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며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피와 눈물의 전장’에서 비대칭 방어 능력을 구축한 과정을 대만이 면밀히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어 전략은 대만산 무인체계를 우선 조달해 자국 생산 기반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맞물려 있다. 통과된 법안은 대만에서 생산한 무인체계를 우선 구매하도록 했지만, 필요하면 외국산도 도입할 수 있게 했다. 국방 조달을 통해 대만 업체에 안정적인 발주 물량을 제공하고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취지다.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주주의·사회·신흥기술연구소(DSET)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첫 두 달 동안 드론 8만5000대 이상을 수출했다. 불과 두 달간의 수출량이 2024년 전체 수출량 3473대의 24배를 넘었다.
DSET의 드론 정책 분석가 캐시 팡은 바로 이런 불안정한 수요를 정부의 장기 조달이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드론을 발주하면 자국 업체의 생산 기반이 안정되고, 군이 필요한 무인체계를 제때 확보해 억지력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팡은 “최종안은 타협의 결과이며 가장 큰 불확실성은 집행”이라며 “6년짜리 예산 틀이 적기에, 예측 가능하고 충분한 규모의 발주로 이어져야 억지력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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