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횡단보도 6차례 '자작 사고'
보험사 3곳서 약 3800만원 챙겨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금천구의 한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가 휠체어를 타고 건너던 지체장애인을 들이받았다. 옆에서 걷던 동행인까지 2차로 충격을 가했다.
누가 봐도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런데 이 '피해자', 그들 역시 사실은 사고를 낸 운전자와 미리 짜고 움직인 공범이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서효진 판사는 13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64)씨에게 징역 1년 4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민모(64)·최모(64)씨는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모(63)·조모(65)·이모(71)·박모(64)씨는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모(64)·정모(59)씨는 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 9명은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미리 정해놓고 우연히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보험사에 합의금과 치료비를 청구하는 이른바 '가피공모사고'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여섯 차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법은 매번 조금씩 달랐다.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서 있던 사람을 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들이받거나, 앞서가던 화물차를 고의로 추돌하는 식이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해 11월 벌어진 여섯 번째 사고다. 총책 격인 김씨가 렌터카를 몰고 신호를 위반해 휠체어를 탄 조씨를 충격하고, 옆에서 걷던 다른 김씨에게까지 2차 충격을 가하도록 각본을 짠 것이다.
이들은 이 사고로 대인합의금 280만원을 받아냈고, 추가로 형사합의금 명목 1000만원을 더 청구했지만 수사기관 통보를 받은 보험사가 눈치채면서 미수에 그쳤다.
이런 식으로 6개월 동안 이들이 보험사 3곳에서 챙긴 돈은 총 38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 김씨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4월 기초생활수급비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으면서 중고차 할부금을 정상적으로 갚을 것처럼 캐피탈사를 속여 1870만원 상당의 차량을 넘겨 받은 혐의(사기)도 함께 유죄가 인정됐다.
마약류관리법위반죄로 복역한 뒤 누범 기간 중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효진 판사는 "보험사기는 보험 제도를 악용해 보험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해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보험자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선량한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전가해 보험제도의 존립 근간을 무너뜨리는 범죄로 엄단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에 대해서는 "누범기간 중에 재범했고, 사기범행이 다수이며 그 편취액수도 적지 아니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꼽았다.
다만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김씨, 조씨, 선씨, 정씨, 박씨는 단순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도 비교적 크지 아니하다"며 "조씨는 중증 장애인이고, 박씨는 뇌경색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아니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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