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기술 촉진 위한 구가계약 체계 개편방안 발표
고난도 기술 성과목표 따라 대금 지급…'성실실패' 땐 제재 면제
조달샌드박스 계약 이행까지 확대…9월 국가계약법 개정안 발의
R&D 단계에서 이미 경쟁을 거친 기업이 개발에 성공하면 후속 제품을 재입찰 없이 구매하고, 고난도 기술 사업에는 성과목표에 따라 대금을 지급한다.
기술적 한계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제재를 면제하고, 미래 첨단기술에는 조달샌드박스 적용 범위도 넓힌다.
정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전담반(TF)을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기술 촉진을 위한 국가계약 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간 238조원에 달하는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혁신기술의 초기 수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개발·구매 연계형 ▲성과목표형 ▲시범특례(조달샌드박스) 등 3대 혁신 계약트랙을 신설한다.
◆R&D 공모 거쳤다면 구매 때 재입찰 생략
개발·구매 연계형은 R&D와 실제 구매를 하나로 이어주는 제도다.
지금은 정부 R&D 사업에서 공모를 통해 기업을 선정했더라도 개발한 제품을 정부가 구매하려면 다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R&D 수행기업을 정할 때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졌다면 후속 구매 단계에서도 경쟁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개발에 성공한 기업의 성과물을 별도 재입찰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은 국가전략기술 분야 R&D 사업이다. 소관 부처가 신청하면 재정경제부 조달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개발 성공 기준과 구매 범위, 기간은 R&D 공고 단계에서 미리 정해야 한다. 실제 물량과 단가는 구매 시점에 확정할 수 있다.
개발에 실패하거나 수요가 사라진 경우,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해 기존 기술이 뒤처진 경우에는 계약을 조정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정부는 AI 로봇을 적용 사례로 들었다. 산업부가 민간기업과 AI 로봇을 개발한 뒤 경찰청이나 소방청이 이를 구매할 경우 지금은 다시 입찰해야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약정한 범위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지금은 공모하고 제품을 살 때 다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는 두 번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공모 단계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있었다면 뒷단의 재입찰은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난도 사업은 '성과'로 계약…성실실패 면책
성과목표형은 미리 제품 규격을 정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 사업에 적용한다.
정부가 세부 규격 대신 달성해야 할 성과목표를 제시하면 기업들과의 경쟁적 대화를 통해 기술적 해법을 정하고 계약하는 방식이다.
가격을 사전에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 개산가격으로 계약한 뒤 사후 정산할 수 있다. 또 사업기간이나 공정률이 아닌, 미리 정한 성과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대금을 나눠 지급한다. 기술 변화에 따라 요구 성능이나 계약금액을 바꾸는 것도 허용한다.
특히 기업이 성실하게 사업을 수행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매몰비용을 인정하고 행정제재를 면제한다. 계약 담당 공무원도 정해진 심의 절차를 거치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우주발사체 사업 등을 이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 조달샌드박스는 기존 계약제도로 처리하기 어려운 미래 첨단수요를 위한 특례다. 현재 낙찰자 선정에 한정된 특례 범위를 계약 체결과 이행, 계약 변경까지 넓힌다. 각 특례는 2년간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해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9월 중 3대 혁신 계약트랙을 담은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이 통과되면 2027년부터 적용 가능한 사업을 발굴해 현장에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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