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냐" "이 XX야"…욕설·고성 오간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

기사등록 2026/08/26 17:31:36 최종수정 2026/08/26 17:45:10

26일 오후 국방컨벤션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 개최

각 군 사관학교 동문들, 공청회 참석해 통합 강하게 반발

찬반 측 인사들 고성·욕설 충돌…"깡패냐" "정부가 깡패"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장영달(왼쪽) 전 국회의원과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등이 대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8.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2층 태극홀.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각 군 사관학교 동문들은 국방부가 준비한 발표자료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니 발표를 생략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단상까지 올라가며 진행을 막았다.

일부 방청객은 일어서서 "쓸데없는 자료 발표 말고 질답에 시간을 더 달라"고 외치는가 하면 "규백이(안규백 국방장관) 오라 그래"라는 고성도 터져 나왔다. 사회자가 이들에게 착석을 요구했지만 소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사관학교 통합을 찬성하는 측에서 "깡패들이 와서 난장판이야"라는 험한 말까지 나왔고, 통합 반대 측에서는 "누가 깡패야, 이 XX야"라는 욕설로 맞받아쳤다. 장내에서는 서로를 향한 고성이 한동안 이어졌다.

오후 2시 공청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의 환영사가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김 실장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단순히 학교 하나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며 "대한민국 국방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적 과제이며 다음 세대의 국가안보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이 정책은 국방부만의 생각으로 추진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의 공감과 신뢰, 그리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 환영사 이후 참석자가 소개됐고, 이후 김 실장이 정책 설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단상에 올라 총동창회 인사말을 건너뛴 국방부와 사회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판준 회장은 "현 정부가 국방안보를 파괴하는 사관학교 폐교 현장을 전달하는 시간"이라며 "사관학교 출신들은 울분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을 향해 '깡패'라는 표현을 쓴 참석자를 겨냥하며 "깡패는 여기서 울분을 토하는 분들이 아니고 이 사관학교를 그냥 폐교하려는 정부가 깡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8.26. photo1006@newsis.com
박 회장은 공청회를 앞두고 기존 사관학교 체제 개선안과 국방부의 통합 사관학교 신설 체제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국방부에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청회에서 찬반 양측에 공정한 발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회장은 "사관학교 통폐합 및 이전 계획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며 "국력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을 끝까지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 통폐합 및 기존 부지 내 기념관·기념비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청회가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한 뒤 진행하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진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또한 "국방부가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사실상 (통합) 방침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김홍철 실장은 "충분히 의견을 들었으니 이제 정책설명회를 하고 사관학교 출신답게 건설적인 대화를 하자"고 했다. '사관학교 출신답게'라는 말이 나온 순간 방청석에서는 항의가 쏟아졌고, 김 실장은 "욕하지 말라. 욕은 나중에 따로 하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사회자 역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반대자들의 의견도 이성적으로 잘 듣고 싶다"며 "욕설과 고성 없이 여러 의견을 듣고 싶다"고 거듭 당부했다. 특히 공청회가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참석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러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까지 장내 곳곳에서는 야유와 환호가 반복됐다.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교육 강화 방안을 둘러싼 정책적 찬반 논쟁에 앞서, 공청회 자체가 사관학교 개편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이 된 모습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서울대 교육학과 임철희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찬성 측 토론자로는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두진호 박사, 진호영 공군 예비역 준장이 나섰다. 반대 측에는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 조기홍 예비역 대령, 강병철 공군 예비역 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방청석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자리했으며, 각 군 사관학교 생도들과 함께 생도 학부모도 참석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이 공청회 진행을 위해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08.26. photo1006@newsis.com

이날 토론에서 찬성 측은 합동성 강화와 변화하는 미래전 및 전작권 전환 대비,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대응,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사관학교 투자 확대 등을 국군사관학교 창설 이유로 꼽았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과정 만족도를 보면 20∼30% 수준밖에 안 되는데, 민간대학과 비교하면 정말 비참한 수준"이라며 "다만 통합 사관학교가 서울이 아닌 자운대로 내려갈 경우 성적 하락이 예상되기에, 이를 보완할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군 정체성 약화, 공론화 절차 및 검증 부족, 정치적 목적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 등을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배경으로 내세웠다.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사관생도들과 현역 장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강행하는 사관학교 통폐합은 개혁이 아니다"며 "명분 잃은 통폐합은 개혁이 아닌 파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각 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대학교(가칭)를 출범해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16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군사관학교 산하에 육·해·공군학부를 두고, 1·2학년은 인공지능·합동작전 등 공통교육을 받고, 3·4학년에게는 군별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국군사관학교 세부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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