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엄마로서 엄벌 고심"…재판장 16분여 선고
친부 징역 4년6개월 유지…시민모임 "이해할 수 없어"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이현행 양시원 기자 =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아내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친부는 1심과 같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진희 부장판사)는 25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34·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친부 B(36)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해 아동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다가 살해하기까지 한 점에서 단순히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면서도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아동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욕하고 희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건 당일 아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119에 신고하는 등 응급조치를 한 점 등을 들었다. 범행 후 잘못을 인식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참작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만큼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거나, 유기징역형의 상한 내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너무 가벼워 현저히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의 아버지로서 A씨와 피해 아동과 함께 생활하면서 A씨의 양육 태도 및 피해 아동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상당 기간 학대 상황을 방임하는 등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자기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심은 피고인이 행한 범죄의 중대성과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 양형 기준 중 상한으로 그 형을 정했다. 피고인의 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범위 내의 것으로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날 선고는 16분여 동안 이어졌다. 황 재판장은 "저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벌에 관한 많은 고심을 했다"고 밝히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이를 재해석한 책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어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리는 것'이라는 태도로 감히 저 자신을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재판의 과정"이라며 자신의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2일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약 18분간 폭행한 뒤 아기 욕조에 샤워기 물을 틀어놓은 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24일부터 두 달여 동안 19차례에 걸쳐 아들을 학대하거나 방임한 혐의도 받는다.
생후 133일 만에 숨진 아이의 몸에서는 다수의 멍과 복강 내 500㏄에 달하는 출혈이 발견됐다.
B씨는 아내의 학대를 알고도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상당 기간 학대 상황을 방임한 혐의와 사건 참고인을 협박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점 등을 들어 미필적 살해 고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아동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학대 상황을 방임한 책임을 물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시민모임 '프리해든스'는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혀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판결"이라며 "반복적인 학대가 확인된 사건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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