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활용 논의, 주장보다 충분한 정보 제시가 먼저[기자수첩]

기사등록 2026/08/26 06:30:00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담당 기자로 일하다 보면 평범하게만 보였던 공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용산공원이 그랬다.

취재를 위해 용산공원을 찾을 때마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다. 서울 도심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소중한 녹지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도심의 몇 안 되는 공간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집 한 채라도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같은 공간에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용산공원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생각도 엇갈렸다. 한 주민은 "여기는 아파트가 아니라 공원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주민은 "집이 부족한데 도심에 이렇게 큰 땅을 그냥 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면서도 생각은 정반대였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에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공식화하면서다. 20년 가까이 공원 조성을 전제로 보존해온 공간을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특히 서울은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가용 부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다만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택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랜 시간 공원 조성을 전제로 보존해 온 공간까지 주택 공급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서울 도심에서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청년 주택 공급을 위해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대표적인 녹지 공간인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면 녹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회동에서 용산공원 본체 부지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해법은 달랐다.

어느 한쪽만 옳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현실과 미래 세대를 위해 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 모두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충분히 따져보는 과정이다.

용산공원은 한번 용도가 바뀌면 되돌리기 어려운 공간이다. 무엇보다 특정 정부나 서울시의 정책만으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오랜 시간 시민사회와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논의해온 공간인 만큼 활용 방안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각자의 주장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용산공원에 주택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는지, 사업 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필요한지, 녹지는 얼마나 훼손되는지, 오염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시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

막연히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거나 '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해서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

집 한 채를 더 짓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공간을 다시 되돌리는 일은 훨씬 어렵다. 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못지않게 용산공원을 미래 세대에 어떤 공간으로 물려 줄지도 고민해야 한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 충분히 묻고, 듣는 과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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