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 수리, 덧칠 아닌 시간 읽는 작업"…성균관 대성전 35개월 보수

기사등록 2026/08/22 11:00:00

추녀 처짐 확인된 후 3년 동안 해체수리

묵서, 조선 초기 단청 등 원형 찾는 계기

8월 24일 대성전서 환안 행차·준공식

[서울=뉴시스]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수리 전(왼쪽) 후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오는 24일 보물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이 35개월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지붕의 추녀가 처지면서 시작된 수리였지만, 건물을 하나씩 해체하는 과정은 400여 년 동안 대성전에 쌓인 시간을 다시 읽는 작업이 됐다.

 서울 문묘 및 성균관은 조선시대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제사와 유학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다. 1601~1602년에 지어진 대성전은 공자와 함께 증자·맹자·안자·자사 등 4대 성인과 공자의 제자들 10철, 송조 6현, 우리나라 명현 18인 등 유학자 위패를 보관하는 곳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2021년 정기 점검에서 지붕의 추녀가 아래로 처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2023년 9월 해체수리에 들어갔다. 대규모 수리는 157년 만이었다.

약 77억원을 들인 공사는 35개월간 이어졌다.

해체 과정에서 주요 구조부 목재의 부식이 확인됐지만 무조건 새 부재로 바꾸지는 않았다. 기존 부재는 최대한 다시 사용하고 교체가 필요한 부분만 새 목재를 썼다. 전통 수제기와를 사용하고 변형된 장식기와의 형태도 바로잡았다.

[서울=뉴시스]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단청보수 현장 (사진=국가유산청 소식지 갈무리) 2026.08.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붓부터 들지 않았다…단청 복원의 원칙

단청은 새 색을 입히는 데서 시작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수리기술과는 이번 수리 과정을 소개하며 "단청은 칠하는 작업이 아니라 찾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안료를 분석하고 기존 채색층을 조사하면서 여러 시대에 걸쳐 수리된 흔적을 하나씩 추적했다. 남아 있는 색과 문양뿐 아니라 과거 사진까지 맞춰보며 이전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구조물을 해체하면서는 기둥 하부를 장식했던 흰색 단청에 청색 띠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과거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건물에 남아 있는 흔적을 비교해 사라졌던 모습을 되살렸다.

그렇다고 추정으로 빈 곳을 채우지는 않는다. 여러 차례 덧입혀진 색과 문양 가운데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토대로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성전의 단청은 화려한 선이나 문양보다 바탕색을 칠하는 '가칠단청'이 기본이다. 공자와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엄숙한 공간의 성격이 반영돼 있다.

[서울=뉴시스] 가설 비계 위에서 평고대를 내리는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4. photo@newsis.com

◆해체하니 드러난 400년의 흔적

35개월의 수리는 대성전의 건축 역사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건물 최상부의 용마루 아래에 놓인 종도리에서는 1602년에 남긴 상량묵서가 발견됐다. 이를 통해 대성전이 1602년 중건됐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목재의 나이테를 분석하는 연륜연대조사에서는 선조·숙종·고종 대 수리에 사용된 부재들도 확인됐다.

단일 부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것으로 파악된 18.8m 길이의 평고대도 나왔다. 천장인 반자 위에서는 1704년 이전에 칠한 것으로 추정되는 긋기단청 형식이 확인됐고, 반자청판 도배지에서는 청색 능화지와 청염색지 등이 발견됐다.

평고대 2본과 도배지는 앞으로 정밀 조사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사를 위해 잠시 자리를 옮겼던 대성전의 주인들도 돌아온다.

공사 기간 비천당에 임시 봉안했던 위패를 다시 대성전으로 모시는 환안 행차가 24일 오전 10시 열린다. 오전 11시에는 보수공사 완료를 기념하는 준공식이 이어진다.
[서울=뉴시스] 보물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중앙칸 종도리 하부에서 발견된 상량묵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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