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걸의 두 남자…11년 만에 돌아온 '뮤즈' 안재용, '볼레로' 꿈 이룬 박윤재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8/20 17:47:01

'2026 노원발레축제' 예술감독 김용걸이 안무한 '에세'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 안재용·ABT컴퍼니 박윤재 주역

김용걸 "안재용의 춤은 진지…그 만큼 잘 할 사람은 없어"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발레리노 안재용(왼쪽부터), 안무가 김용걸, 발레리노 박윤재가 18일 서울 광진구 인근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8.1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11년 전 안무했던 이 작품을 안재용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제가 직접 춤을 췄는데, 이 작품을 11년 후에 다시 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죠."

오는 21일 개막하는 '제1회 노원발레페스티벌'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김용걸(52)은 18일 서울 광진구에 소재한 무용 연습실에서 기자를 만나 기획공연 '에세(Essai)'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파리오페라발레 동양인 남성 최초 솔리스트 출신인 그는 최근 안정적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정교수직을 자발적으로 내려놓았다. 결과 중심의 학교 시스템과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다며 내린 결단이다. 컨템포러리 발레단인 '김용걸댄스시어터'를 이끌고 있는 그가 일기(에세이)를 쓰듯 편안하게 직조해 낸 작품 '에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그의 춤 철학은 무대 위 고정관념을 타격하는 데서 출발한다. 세부 레퍼토리인 '편견'에서는 '빈사의 백조' 음악에 맞춰 하얀 백조가 아닌 흑조가 등장한다. 흑조의 솔로를 통해 "왜 하얀 백조는 선하고 흑조는 나쁠 것이라고 단정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 무대에 김용걸의 '뮤즈'가 화답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33)이 25~26일 '에세' 주역으로 합류한다. 세계적인 현대 발레 거장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페르소나(가면)로 불리는 안재용은 과거 한예종 시절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다. 이후 4년간 김용걸의 안무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페르소나'이자 '뮤즈'로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김용걸 안무가는 "안재용 무용수가 있었기 때문에 안무할 수 있었던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가 몬테카를로 발레단으로 떠나고 나서 내 안무작들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고, 그 역할을 대체할 사람이 없어 내가 직접 춤을 춰야 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안무가 김용걸이 18일 서울 광진구 인근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8.18. jini@newsis.com
10여 년 전 안재용에게 몬테카를로 발레단 입단을 권유했던 그는 '금의환향'한 제자와 함께 11년 만에 리허설을 한다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안재용의 춤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어 어떤 안무가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안재용은 "재학생 시절에도 김용걸 교수님과 다양한 창작 작품에 참여하면서 장르에 대한 식견이 더 넓어졌다"며 "오랜만에 이렇게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컨템포러리 발레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선 "과거 발레 작품이 만들어질 때 이를 클래식 발레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며 "미래의 클래식이 될 발레를 현재 하는 컨템포러리 발레를 통해서 계속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컨템포러리 발레 장르나, 지금 제가 추고 있는 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에세(Essai)'의 또다른 주역은 한국 무용계의 샛별 박윤재(17)다. 그는 지난 2025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이후 ABT(아메리칸발레씨어터) 스튜디오 컴퍼니 단원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박윤재는 이번 무대에서 김용걸 안무가의 신작 '볼레로' 초연에 나선다. 15분 동안 온전히 혼자서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혹독한 시험대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발레리노 안재용(왼쪽부터), 안무가 김용걸, 발레리노 박윤재가 18일 서울 광진구 인근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8.18. jini@newsis.com
그는 "볼레로에서 춤을 추는 게 꿈이었다"며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제안이 와서 한다고 했지만 뒷일이 너무 걱정이 되더라. 체력적으로도 표현적으로 그렇고 모든 방면에서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라며 설렘과 함께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무용수는 무대에서 성장을 한다. 그래서 어떤 무대이든 저에겐 너무나 큰 영양분이 된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다. '일단 해보자' 하고 이번 여름에도 많은 공연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콩쿠르 수상 이후 변화에 대해서도 밝혔다.

"콩쿠르에 임할 때는 '내가 잘해야지'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대에 서면 설수록 그런 생각을 버리게 되더라고요.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캐릭터를 기대하는데 막상 저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용걸 안무가는 박윤재 무용수가 "무용에 임하는 태도가 열려있다"며 "콩쿠르 입상 후 오랜만에 한국에 오면, 본인이 잘하는 것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젊은 무용수들이 많지만, 박윤재는 스스로 해보겠다며 도전하더라"며 치켜세웠다.

"기존 클래식 작품들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얼마나 그대로 더 좋은 테크닉으로 잘 하느냐가 학생들한테는 더 호감이 갑니다. 반면 창작 무대는 잘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고 이상할 수도 있는데 윤재는 되게 호기심 있어 하더라고요."

그는 컨템포러리 발레 '에세'에 대해 "큰 야심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라 한번 만들어 본 작품들이다. 창작 작품에 대해 어렵게 접근하는 분들이 있는데, 일기 쓰듯 만든 작품이니 편하게 오시면 된다"며 "오히려 클래식 발레보다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2026 NBF:B- 노원 발레 페스티벌: Boundary(경계)'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노원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개최되며, 김용걸 안무가의 '에세' 공연은 25~26일 양일간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순수 무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은 3만~5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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