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트럼프 이란엔 핵 보유 불허…北엔 타협적 접근법 취해"

기사등록 2026/08/20 02:47:49

WP에 기고글…北·이란 접근법 다른 것은 "합리적"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한과 이란에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차 석좌가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CSIS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6.08.20.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한과 이란에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서 한 가지 일관된 점이 있다면 바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차 석좌는 리비아 비핵화 이후 미국 정부가 모든 비핵화에 대해 리비아에서 성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두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이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반면 핵을 보유한 북한에 대해서는 협상과 위협 감소, 관리를 통한 실용적이고 타협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미국의 참여 규모를 축소하도록 지시하면서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짚었다.

차 석좌는 이번 훈련 축소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여하기 위해 취한 첫 구체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후에도 한국과의 모든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을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의 "수렁"에서 언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보유 가능성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인정해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를 이중잣대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할 것"이라며 "두 나라의 핵 프로그램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서로 다른 접근법은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에 있고 시설의 위치도 알려져 있어 선제공격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북한은 약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30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과 여러 종류의 운반체계까지 갖추고 있어 CVID 방식의 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반된 접근법을 취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차 석좌는 "이란의 경우 경제 제재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절대주의적 접근법을 취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북한을 겨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노력을 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이 미국의 서로 다른 정책을 지켜보며 서로에게서 교훈을 얻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차 석좌는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분야에서 협력해온 역사가 있다면서 "미국의 이란 공격은 핵무기가 미군을 억제할 수 있다는 북한의 확신을 더욱 굳혔을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이란의 역량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분명 고무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란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에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는 모습을 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북한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차 석좌는 결국 "핵 비확산 정책은 흔히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이라며 "하나의 해법이 모든 상황에 들어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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